[승재현의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판결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합니다.
자신을 ‘인천 중학생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엄마라고 밝힌 A씨는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방송 심의상 보도하기 어려울 정도의 범행을 저지른 가해 학생이 불과 몇 달 차이로 형사 처벌을 면했다며 엄벌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이 사건은 성추행이 아닌 유사 강간”이라고 했다. 가해 학생은 피해자의 신체를 여러 차례 만지고 이 모습을 촬영한 후 유포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A씨는 “당시 협박 내용은 입에 담을 수조차 없을 만큼 암담했다. 어떻게 어린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수사기관에서도 대부분 혐의가 인정됐지만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가해 학생을 인천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했다. 사건 당시 가해 학생의 나이가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14세 미만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생일 한두달 차이로 미약한 처벌을 받는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며 “촉법소년이 과연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를 받는 게 맞는 것이냐”고 물었다.
◇촉법소년의 정의부터 정확히 설명해주세요.
우리 형법은 ‘14세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소년법에서 14세 미만은 보호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보호처분은 가능하지만 형사처벌은 불가능한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이 범죄를 범했을 때, 그 소년을 ‘촉법소년’이라고 합니다.
◇12세 혹은 13세 소년이 어떠한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은 불가능한가요?
네, 그렇습니다. 예시를 들기 좀 그렇지만 강도살인을 했다고 할지라도 형사처벌은 안 됩니다. 오직 소년법상 보호처분만 가능합니다.
◇보호처분 중 가장 강력한 수단은 뭔가요?
10호 처분으로, 소년원 2년 송치입니다. 강도살인을 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14세 미만이라는 기준은 누가 정한 건가요?
형법이 1953년 만들어졌는데, 그때 국회에서 정했습니다. 당시 사회적 환경, 성장 정도 등을 고려했다고 보입니다.
◇형사미성년자 나이가 정해진 지 68년이 지난 거네요?
맞습니다.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비교할 때 1953년도의 13세와 2021년 13세의 환경은 전적으로 다릅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특정 사이트에서 자신의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 형량은 어떻게 되는지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매체가 60대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낮추자는 목소리도 나오는 거겠죠.
◇박사님의 의견은요?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미 10년 전 민법에서 미성년자의 나이를 20세에서 19세로 낮췄습니다. 그렇다면 법 체계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형법의 미성년자 나이를 한 살 낮추는 건 설득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준을 한 살 낮춘다고, 지금과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본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순히 나이로 형사미성년자를 규정할 게 아니라 하한의 나이는 정하고, 죄질에 따라 보호처분 혹은 형사처분을 법원이 정하도록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해주신다면요?
10세 미만은 처벌하지 않는 하한 규정은 유지하고요, 10세 미만이 흉악 범죄를 지속해서 저지른다면 그건 그 소년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 봅니다. 10세 이상이 범죄를 범한 경우 법정형과 죄질, 범죄의 동기들을 따져 보호처분이 타당한지 혹은 형사처벌이 타당한지를 법원이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촉법소년에게 처벌을 강화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는데요
동의합니다.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추는 건 보호처분의 가능성을 없애는 게 아닙니다. 그 죄질이 보호처분을 받기에 합당하면 보호처분을 하면 됩니다. 다만 절대 할 수 없었던 형사처벌의 문도 열어두자는 겁니다.
가장 염려되는 건 흉악한 범죄를 범했거나 소년법을 악용하는 촉법소년이 소년원에 가서 잘 개선되고 있는 아이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들이 소년원에서 또 다른 일진, 혹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황소개구리가 되는 겁니다. 범죄를 범한 촉법소년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촉법소년의 교화도 중요합니다. 한 소년을 보호하자고 99명의 소년원 소년들의 개선을 포기하는 우를 범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건 보호처분이 합당한 소년에게만 보호처분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보호처분 받는다는 걸 범죄 전부터 알고, 범죄 후에도 죄의식 없는 소년에게 그가 생각한 대로 사법 시스템이 움직인다면 무슨 개선교화가 될까요.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