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10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손준성 검사의 집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실시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김 의원은 압수수색 돌입 때 의원실에 없었다. 공수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등으로 김 의원 의원실에 대한 영장을 발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있을 때 김 의원에게 범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장 초안 등을 전달해 야당이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당시 총장이던 윤 전 총장이 고발을 사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이날 오전 손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집과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또 공수처는 김 의원의 집과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손 검사와 김 의원의 PC와 휴대폰 등에서 서로 주고받은 고발장 등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김 의원을 ‘피의자 신분’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김 의원 측은 전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발장을 작성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김 의원이 제보자에게 전달한 고발장 사진 등을 보도한 것을 두고 “정황상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조작 가능성을 제시하고 명의를 차용했다는 주장도 있다”며 “진위는 제보자의 휴대전화와 손모 검사의 PC 등을 기반으로 조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서 하루빨리 밝혀달라”고 했다.
같은 날 윤 전 총장은 “신빙성 없는 괴문서에 의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손 검사는 “황당한 이야기”라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압수수색되는 김웅 의원실 현장을 찾아 “과잉수사 아니냐”고 항의했다. 이에 공수처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영장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야당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지지부진, 세월을 늦추기만 하다가 여당 측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광석화처럼 기습남침한다”며 “심각한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으로 들어온 공익제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정당의 문제지 공수처가 개입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8일 이 사건을 고발한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사세행은 지난 6일 윤 전 총장과 손준성 검사,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전 대검 대변인) 등을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