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월 1500만원 고문료를 받고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법률자문을 맡아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과 관련,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따르면, 권 전 대법관은 작년 9월 대법관 퇴임 이후 현재까지 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았다. 그간 변협 홈페이지에서 권 전 대법관이 검색되지 않아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날 변협이 정식으로 확인한 것이다.
변호사법상 변협에 등록을 해야 변호사로서 정식 개업이 가능하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돈을 받고 법률자문 등 변호사 업무를 처리하면 처벌 대상이다.
그런데 권 전 대법관은 작년 11월부터 화천대유의 고문을 받으며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권 전 대법관 등이)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법률 자문을 많이 해주셨다”며 “특히 권 전 대법관님은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하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목 있는 대법관 출신을 영입하기로 하면서 모시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내 최대 변호사단체이자 변호사의 법령 위반과 윤리 문제를 총괄하는 변협 내부에서도 권 전 대법관의 위법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변협의 한 현직 이사는 본지 통화에서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에 법률자문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비(非)변호사가 돈을 받고 법률사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는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이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 전 대법관의 행동은 부적절을 넘어 위법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사기관의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썼다. 다만 이것이 변협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했다.
이와 관련 변호사 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권 전 대법관을 이 같은 혐의(변호사법 위반)와 사후수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한변측은 “권 전 대법관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무죄로 선고되는 데 캐스팅보트를 행사하였다고 알려졌다”며 “그런데 권 전 대법관이 대법관 퇴임 후 이 지사와 연관이 있다고 세간에서 화제인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취업해 연 2억 정도의 자문료를 받은 것은 사후수뢰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고문직을 맡기 전 공직자윤리위의 검토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과 차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화천대유) 고문직을 수락할 때 공직자윤리위 등에 다 법률 검토를 거쳤지만 그런(윤리 위반)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공직자윤리위를 관장하는 법원행정처 측은 23일 본지에 “화천대유가 자본금 10억원 미만 회사라 애초에 취업 심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심의 대상 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의 대상 자체가 아니라서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지, 심의를 해봤는데 취업해도 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행정처는 권 전 대법관이 공직자윤리위에 문의를 했는지 여부 자체에 대해서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