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 부부를 변호했던 검찰 출신 변호사가 이 지사 측으로부터 현금 3억과 주식 20억원어치 등 23억원을 수임료로 받았다는 주장이 담긴 고발장이 7일 검찰에 접수됐다. 친문(親文) 성향 시민단체인 ‘깨어있는 시민연대당’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캠프 법률지원단 소속인) 이태형 변호사가 이 지사로부터 수임료 명목으로 현금 3억원과 3년 후 팔 수 있는 상장사 주식 20여억원 상당을 받았다”고 주장한 뒤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했다.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2021.10.06. /뉴시스

2년여에 걸쳐 수사와 재판을 받았던 이 지사는 지난 8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이낙연 캠프 측과 설전을 벌이며 “재판 전후로 명목 재산은 1억3000만원, 주택평가액 증가를 제외한 실재산은 3억원 줄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3억여원이 변호사비라는 취지였다. ‘깨어있는 시민연대당’ 측은 그 주장이 허위라면서 이를 뒷받침할 녹취록 등을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현재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 중인 이 변호사는 수원지검 공안부장 출신이다. 2018년 7월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를 끝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자마자 이 지사 부부 사건을 맡았다. 2018년 6월 경기지사 선거 이후 이 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 논란’ 관련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아내 김혜경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소셜미디어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라는 의혹과 관련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경기남부청은 김혜경씨에 대해서도 기소 의견을 냈지만 수원지검은 2018년 12월 증거 부족이라며 김씨를 기소 중지 처리했다. 이에 경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박문까지 냈는데, 법조계에서는 “이 변호사가 전관이란 점이 통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이 변호사는 이재명 지사 선거법사건 재판의 1심, 2심, 파기환송심에 참여했다. 이 변호사가 전환사채로 보이는 20억원어치를 포함해 23억원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얘기는 이 변호사에게 본인 사건을 의뢰하면서 친분을 쌓은 A씨를 통해 또 다른 시민단체 대표 B씨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이 변호사가 ‘3년 후 팔 수 있는 상장사 주식’을 받았다면 전환사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가 이 지사 사건을 수임한 2018년 7월 이후, 20억원 이상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2018년 11월 ‘3년 만기 1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던 중견기업 C사 정도다. 이 변호사는 2019년 12월 C사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 변호사 외에도 C사의 다른 계열사에는 이 지사 캠프 소속 인사 여러 명이 비교적 최근까지 사외이사로 있었다. 그 배경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됐다.

이 변호사는 본지에 “수임료는 정상적으로 계좌로 받아 세금 처리했다”며 “전환사채를 받은 적도 없고 금액도 언급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라고 했다. 이재명 캠프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해당 단체가 즉각 사과하고 고발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관용 없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녹취록엔 “딴데 말하지 말라” “이재명 특별 케이스” 담겨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친문 단체가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는 녹취록에는 이태형 변호사 지인 A씨와 또 다른 시민단체 대표 B씨, 이 변호사와 B씨 간에 ‘수임료 액수’를 추정할 수 있는 대화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 하나는 A씨가 B씨에게 ‘입조심하라’는 내용이다. A씨는 “(이 지사 수임료) 대금을 어떤 식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이 변호사가) 나한테만 얘기한 건데 그걸 딴 데다 옮기면 안 된다”고 했다. “(주식으로 주는) 이재명씨가 특별 케이스였던 건데 다 특별 케이스로 해달라고 하면 차라리 일을 안 받고 말지”라며 “(이 변호사가) 이 지사 사건을 맡은 게 문제가 아니고 대금을 어떻게 받았느냐가 문제”라며 “이게 문제가 생겨서 이 변호사가 자기는 ‘받은 적 없다’고 하면, 내가 거짓말한 게 된다”고도 했다.

또 다른 녹취록은 B씨가 이 변호사에게 전화해 다른 사건 수임료를 상담하는 내용이다. B씨가 ‘이 지사 변호사비 25억원’을 먼저 언급하자 이태형 변호사는 “잠깐만, 25억이 뭐라고요?”라고 되물었고, B씨가 ‘A씨에게 들었다’는 취지로 얘기하자 이 변호사는 “아~ 예예” “(다른 사건) 착수금은 1억은 받아야 될 거예요”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