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및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출신의 정민용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뇌물’ 혐의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상급자인 유동규 전 도시개발공사의 뇌물수수액이 8억여원인데 하급자인 정 변호사의 수수액은 그 네 배가 넘기 때문이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정 변호사에게 배임 혐의 외에 35억원의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으로 재직하던 작년 남 변호사로부터 유원홀딩스에 대한 투자금 명목으로 35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계획 수립 실무를 맡은 정 변호사가 공모지침서를 민간 사업자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고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대가로 이 돈을 받았다며 부정처사 후 수뢰죄를 적용했다. 정 변호사 측은 35억원이 남 변호사의 투자금이며 남 변호사에게 그에 따른 지분도 줬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5억원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서 단일 뇌물액으로는 최고 액수다. 그러나 정 변호사의 위치와 역할을 감안할 때 거액의 뇌물 혐의 구성이 다소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동규씨 공소장 내용 등을 종합하면 정 변호사는 2014년 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에 채용됐다. 전략사업팀은 유씨가 사업 이익 중 1822억만 공사에 돌아가도록 하고 나머지를 민간 사업자들이 차지하도록 하기 위해 새로 만든 조직이다. 천화동인 4호 소유지인 남욱 변호사가 정 변호사를, 5호 소유주로서 ‘녹취록’ 작성자인 정영학 회계사가 김민걸 회계사를 각각 추천했다. 당시 팀장이던 정 변호사는 후에 실장으로 승진했다. 황무성 당시 공사 사장은 “변호사가 이미 법무팀에 있는데 왜 필요한가”라며 두 사람의 채용에 반대했지만 말이 먹히지 않았다고 언론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본부장인 유동규씨가 사장인 자신을 제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소장 등에 따르면 유씨에게 뇌물로 건네진 돈은 2013년 남욱 변호사 및 정재창씨,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받은 3억 5200만원 및 올해 초 김만배씨로부터 받은 5억원 합계 8억 5200만원이다. 반면 동업자인 남 변호사 추천으로 입사해 실무를 맡은 정 변호사의 수뢰액은 그 네 배가 넘는 35억원이다. 한 관계자는 “유씨가 김만배씨 등 민간사업자들로부터 700억원을 배분받기로 약정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수액 기준으로 보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이 파악한 유원홀딩스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김만배씨가 유씨에게 준 5억원 중 수표 4억원의 경우 김만배씨를 거쳐 남 변호사, 정 변호사에게 전달됐다며 이를 “돈세탁 과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유원홀딩스로 넘어간 남 변호사의 돈 35억원은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뇌물로 구성한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그동안 유원홀딩스가 유씨가 화천대유 배당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지목된 것과 일관성이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김만배씨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남 변호사와 정 변호사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유동규씨에 대한 배임 혐의를 추가기소하는 작업을 한꺼번에 하면서 ‘빈틈’ 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영장 실질심사 및 재판 등에서 검찰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