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지난 6월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최근에는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했던 모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를 ‘배임 방조’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대전지검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배임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오수 검찰총장 승인을 얻지 못한 상태다. 백 전 장관까지 추가 기소한다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의 ‘지시자’와 ‘실행자’들이 재판정에 서게 된다.
대전지검 원전 수사팀이 회계사까지 배임 방조 혐의로 기소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전담 수사팀과 비교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장동 수사팀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얻은 금전적 이익이 없을 경우, 배임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책적 판단인 만큼 사법 처리가 힘들다는 논리라고 한다.
그러나 일선 검찰의 한 관계자는 “월성 원전 사건에서 배임으로 기소된 인사 중에서 돈을 받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대장동 수사팀의 논리는 누군가를 봐주려 억지로 만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고위 법관은 “배임죄를 범한 사람이 개인적 이득을 취했는지 여부는 범죄 성립에 하등의 영향이 없고 돈을 받지 않았어도 임무 위배가 인정된다면 배임은 성립한다”며 “이 사건에서는 유동규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가 돈을 받았다면 뇌물 범죄가 별도로 성립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원전 수사팀이 산정한 배임 액수는 1481억원이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한수원에 그만큼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번에 추가 기소된 회계사는 2018년 5월 월성 1호기 가동 경제성을 2772억원으로 평가했다가 다음 달 최종 평가에서 ‘마이너스 91억원’으로 바꾼 혐의를 받고 있다.
대장동 수사팀이 유동규씨에게 적용한 배임 액수는 ‘최소 651억원’이다.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이 대장동 사업의 택지 분양가를 축소하도록 내버려 둬 성남도시개발공사에 651억원의 손해를 입혔으며, 화천대유 등이 직접 수행한 다른 분양 사업 수익은 아직 계산 중이라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두 사건의 구조가 상당히 유사하다”며 “더구나 대장동 사건의 경우, 민간 사업자들에게 수천억 원의 이익을 몰아준 것이기 때문에 정책적 판단이라고 주장하기도 어려운 사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