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부가 전·현직 대검 대변인들이 사용하던 공용 휴대전화를 당사자 참관 없이 포렌식(디지털 증거 추출)한 것을 놓고 경위 해명을 요구하는 대검 기자단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9일 충돌했다. 이날 하루 진행된 양측의 갈등에 대해 법조인들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앞서 대검 감찰부는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과 ‘윤석열 후보 장모 대응 문건 의혹’ 등을 감찰 조사하겠다면서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를 서인선 현 대변인에게 임의제출 받아서 포렌식했다. 이 휴대전화는 윤석열 전 총장 시절 권순정·이창수 전 대변인도 사용해 사실상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대검 감찰부가 “전임 대변인들에게 포렌식 참관 의사를 물어봐 달라”는 서 대변인의 요구를 묵살하고, 며칠 뒤 공수처가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하는 형식으로 포렌식 자료를 가져가 ‘하청 감찰’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대검 출입기자 중 다수는 취재·소통 창구이면서 상호 신뢰하에 민감한 내용이 오갈 수 있는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가 통째로 포렌식된 데 대해 “언론 취재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대검 출입기자단은 이날까지 총장의 구두 해명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김 총장이 응하지 않자 기자 18명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대검 청사 8층 검찰총장실을 찾았다. 총장실 앞으로 나온 김 총장은 “휴대전화 압수를 총장이 사전 승인했느냐”는 기자단 질문에 “감찰 사안은 착수와 결과만 보고받는다. (압수를) 통보받았다”며 명확한 답을 피했다. 이에 기자단이 “감찰부장이 직접 설명하게 해달라”며 요구했지만, 김 총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50분가량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강의가 예정돼 있던 김 총장은 취재진에게 막혀 청사 출발이 늦어지자 “제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 이렇게 강제력으로 방해할 것이냐”고 말한 뒤 총장실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검찰 직원들이 길을 막아선 기자단을 밀치는 등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이후 오후 9시 40분쯤 한동수 감찰부장은 기자단에게 일방적으로 입장문으로 보이는 이미지 파일 하나를 전송했다. 그러나 기자단은 항의 차원에서 이 파일을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했던 검사들이 줄줄이 감찰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검사들 사이에서 “보복성 감찰”이란 비판이 나왔다. ‘조국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증거 은닉 혐의로 지난 7월 유죄가 확정된 김경록씨의 진정으로 감찰이 시작된 점을 지적하며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범죄자들과 권력이 ‘깐부’ 먹는 나라가 됐느냐”며 “김씨 주장은 재판 과정에서 이미 수차례 법원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들”이라고 했다. 한 현직 검사는 “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키고 지방으로 좌천시켜 공소 유지를 방해하더니, 이제는 감찰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