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22일 김만배·남욱·정영학씨 등 ‘대장동 민간 사업자 3인방’을 기소하면서 사실상 ‘대장동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놨다. 법조계에서는 “예상보다 초라한 성적표”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앙지검은 지난 9월 29일 전담 수사팀을 꾸린 뒤 이날까지 검사 26명을 투입해 54일간 수사를 벌였다. 중앙지검 수사력의 상당 부분이 집중됐지만 수사팀이 재판에 넘긴 사람은 이미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포함해 모두 네 명이었다.

22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모습./연합뉴스

이날 검찰이 낸 보도 자료 등을 종합하면, 1조5000억원 규모 대장동 사업에서 벌어진 수천억 원대 배임 범죄가 성남시 산하 기관인 도시개발공사의 본부장 한 명이 부동산업자 몇 명과 결탁해 저지른 일탈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또한 ‘700억원 약속과 5억원 수수’ 등 거기서 떨어지는 경제적 대가는 유동규씨가 독차지한 것으로 돼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의도적으로 부실 수사를 하지 않았으면 나오기 어려운 결과”라며 “애당초 왜 전담 수사팀을 대대적으로 꾸렸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성남시 뒷북 압수수색’과 ‘유동규 휴대전화 확보 실패’에 이어 수사팀의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주임 부장검사가 교체된 것에 대해선 “이런 수사팀은 처음 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검찰이 이날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을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 내용은 지난 1일 이들에 대해 청구했던 구속영장 내용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배임 액수’였는데 당초 ‘최소 651억원’에서 ‘최소 1827억원’으로 늘어난 정도였다. 택지 개발 배당 이익 651억원에 1176억원의 분양 시행 이익이 추가된 것이다.

김씨와 남욱 변호사가 각각 뇌물 5억원과 35억원을 줬다는 혐의도 새로운 사실이 아니었다. 이를 두고 한 법조인은 “20일의 구속 기간 동안 수사팀은 도대체 뭘 한 거냐”며 “‘쪼개기 회식’으로 수사팀에 코로나 환자가 나온 게 영향을 줬다고 하더라도 이해가 안 가는 수사 결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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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대장동 사업의 최종 인허가권자였던 성남시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대한 배임 수사는 시늉조차 내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결재한 각종 내부 서류와, 민간 사업자들에게 유리하게 짜인 공모 지침서 내용이 이 시장에게 보고된 정황 등이 공개됐지만 검찰 수사는 사실상 성남시 문턱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수사 본격화 16일 만인 지난달 15일에서야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초기인 지난 9월 29일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기에 앞서 성남시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지만, 중앙지검과 대검 수뇌부의 협의 과정에서 빠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첫 ‘뒷북’ 압수수색 이후 수사팀의 성남시 압수수색은 여러 번 반복됐지만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보여주기 압수수색의 당연한 결과”라는 말이 나왔다.

이미 9월 초부터 제기된 권순일 전 대법관, 곽상도 전 의원, 성남시의회 고위 관계자, 박영수 전 특검 등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한 화천대유 측의 로비 의혹은 이날 중앙지검이 내놓은 중간 수사 결과에 담기지도 않았다. 아울러 수사팀은 최근 대장동 분양 대행 업자 이모씨가 2014~2015년 남욱 변호사 등에게 43억원을 지급했다는 사실과, ‘그 돈이 이재명 후보 성남시장 재선 지원과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쓰인 걸로 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미진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법조인은 “애초 정영학 회계사가 수사 초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 걸로 안다”며 “그것만 봐도 수사팀은 유동규씨 ‘윗선’에 대해 수사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새롭게 불거진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 사퇴 압박 의혹과 관련된 수사도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5년 2월 황 전 사장 사퇴에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현 민주당 선대위 부실장) 등이 개입했다는 내용으로, 한 시민단체가 정 전 실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황 전 사장이 사퇴 압박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언론 등에 공개하면서 상대적으로 쉽게 수사가 진행될 수 있지만, 검찰은 정 전 실장을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