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일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을 조사하겠다며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게 “6일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당일 또 소환 통보를 한 것이다.
손 검사 변호인은 이날 “오후 1시쯤 공수처로부터 문자메시지를 통해 출석요구를 받았다”며 “손 검사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공수처가 ‘판사 사찰 문건 의혹’ 사건 등과 관련해 조사할 것이 있다며 오는 6일 오전 10시에 출석해 조사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한다.
이날 새벽 ‘고발 사주’ 의혹으로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해 청구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법원으로부터 기각돼 손 검사가 구치소에서 풀려난 지 불과 12시간여 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날 영장 기각으로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수처가 이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한 손 검사에 대해 1차례 체포영장과 2차례 구속영장이 모조리 기각되면서 기소조차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고발 사주 사건으로 안되니까 다른 사건으로 손 검사를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 “기각되든 말든 영장을 청구하고, 여러 사건으로 엮어 수시로 불러 조사하는 건 개인에 대한 공권력의 횡포” 등의 반응이 나왔다. 검찰 한 관계자는 “증거를 찾아서 혐의를 입증해야지 무리한 영장 청구나 조사로 피의자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며 “공수처가 ‘윤석열 검찰’이라는 타깃을 정해놓고, 손 검사를 조리돌림하듯 수사하고 있다. 이 정도면 수사권 남용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지난해 2월 손 검사가 소속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조국 전 장관 사건과 삼성 이재용 부회장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의 판결 이력과 성향 등을 분석한 문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윤 총장 측은 당시 ”문건에 담긴 내용은 법조인 대관이나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알 수 있는 공개된 정보였다”고 해명했다.
이 의혹은 지난해 11월 심재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제보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윤 전 총장의 징계 사유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수사를 맡은 서울고검 감찰부는 두 달가량 수사한 끝에 윤 전 총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가 지난 6월 이 문제를 다시 고발했고, 공수처는 4개월여 동안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10월 서울행정법원이 윤 전 총장의 징계가 정당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윤 후보와 손 검사를 잇따라 입건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공무원 징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행정법원 판결을, 범죄가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수사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며 “이미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한 사안을 또 수사해서 공수처에 어떤 실익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