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특정 언론사 법조팀 현장 기자와 전·현직 법조팀장, 사회부장의 통신 자료를 한꺼번에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공수처는 “(공수처)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했지만, 법조·언론계에선 “수사라는 명목으로 공수처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인 사찰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TV조선에 따르면, 공수처는 올 6월 이후 TV조선 기자들의 통신 자료를 15회 조회했다. 통신 자료 조회는 수사 기관이 특정 휴대전화 번호에 대한 정보를 통신사에 요구하면 통신사가 가입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공수처가 TV조선 기자들의 통신 자료를 처음 조회한 것은 지난 6월이었다고 한다. TV조선은 지난 4월 공수처가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무마’ 혐의로 수원지검 수사를 받고 있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김진욱 공수처장 관용차에 태우고 들어와 ‘황제 조사’했다며 그 장면이 담긴 CCTV를 입수해 보도했다. 또 지난 6월에는 공수처 수사관들이 TV조선 기자가 CCTV를 입수한 경위를 뒷조사했다고 후속 보도했다.
그런데 공수처는 TV조선이 ‘공수처 뒷조사’ 보도를 한 직후인 6월 두 차례, 이어 7·8월 한 차례씩 해당 기사들을 취재했던 기자 등에 대한 통신 자료를 조회했다. 특히 공수처는 지난 8월 6일 TV조선 사회부장과 전·현직 법조팀장, 현장 기자 등 최소 6명의 통신 자료를 한꺼번에 조회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공수처 수사 대상인 특정 사건 관계인의 통화 내용 확인을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특정 기간 중 통화 상대방들의 전체 전화번호를 받아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공수처에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한 보복성 대응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수처는 지난 6월 TV조선이 ‘공수처 뒷조사’ 기사를 내보내자 “수사 기관만 보유하고 있어야 할 CCTV 영상이 부당한 경로로 유출됐다는 첩보 확인을 위해 탐문 등 사실 확인 절차를 진행한 사실이 있으며 수사 대상이 아닌 기자를 입건하거나 수사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공수처는 그 직후부터 TV조선 기자들에 대한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이번에 드러났다. 한 법조인은 “공수처가 ‘수원지검 김학의 수사팀’을 겨냥해 내사하다가 기자들의 통신 자료 조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성윤 황제 조사’를 해명한 공수처 보도자료가 허위 공문서라는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등 공수처와는 긴장 관계에 있었다. TV조선은 지난달 22일 민간인인 소속 기자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근거를 알려달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공수처는 이달 1일 구체적 내용 공개를 거부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검찰도 수사 대상자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해 이렇게 저인망식으로 통신자료 조회를 하지 않는다”며 “한번도 아니고 6월에 이어 7·8월까지 반복적으로 이뤄진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에 대해 수원지검 수사팀을 수사 중인 것도 기자들 통신자료 조회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며 “공수처가 ‘언론인 사찰’ 의혹을 자초했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