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맞지 않은 청소년에 대해 학원이나 독서실 등 출입을 금지하는 ‘방역패스’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방역패스가 미접종자에 대한 사실상 ‘접종 강제’이자 지나친 권리 침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 첫 결정이다.
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8부는 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소송에서 “학원 등 교육시설과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방역패스 의무적용시설로 포함시킨 부분은 취소소송 판결 선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지난달 6일부터 성인에 대해 시행 중인 학원 등에 대한 방역 패스 적용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오는 3월 1일부터 예정된 18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방역 패스 적용도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보건복지부는 “법원 결정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법무부와 협의해 항고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방역패스에 따라 미접종자들은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할 수 없고 이용하려면 이틀에 한 번꼴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생활상 큰 불편을 겪어야 한다”면서 이는 미접종자의 교육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했다. 이를 제한하려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백신 접종자에 대한 돌파 감염도 상당수 벌어지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미접종자 집단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없다”고도 했다. 더구나 청소년은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방역패스를 적용할 합리적 이유도 없다고 봤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31일 의료인 등 1023명이 낸 또 다른 방역패스 효력 정지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들은 식당·카페 등 방역패스 전반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첫 심문 기일이 잡혀 있다.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에 있어서 전문가와 당국이 효과와 안전성을 기반으로 설득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건 수긍한다”면서도 “미접종자 집단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더 크다고 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은 명백한 오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