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 2명이 수사 대상자인 유동규씨와 14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자 법조인들은 “총체적 증거인멸 정황”이라고 4일 지적했다.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집중적으로 통화한 이 후보의 측근은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김용 선대위 조직부본부장이었다. 이 후보는 작년 10월 ‘유동규 측근설’을 부정하면서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장동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다. 정 부실장은 2015년 성남시 정책실장으로 대장동 사업 관련 문서들을 결재한 인물이다. 당시 최종 결재권자는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였다. 김 부본부장은 당시 성남시 의원이었으며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장동 사업 진행에도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말이 나온 바 있다. 유동규씨는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으로 대장동 사업 실무를 총괄하면서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들이 이익을 수천억원 챙길 수 있도록 사업을 설계했다.
한 법조인은 “당시 유동규씨가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정 부실장과 김 부본부장은 물론 이 후보에게 타격이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세 사람 간 통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 부실장은 8번 통화에서 7번을 먼저 전화 건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유동규씨는 검찰의 압수 수색을 받기 보름 전인 작년 9월 14일 새로운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이 전화기에는 약 30명의 연락처만 저장돼 있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관천 행정관과도 2~3차례씩 통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각각 “법률 자문” “언론 대응 자문”을 했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애당초 수사 대비용으로 휴대전화를 바꾼 것 같다”고 했다. 유씨뿐 아니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씨도 같은 날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했다. 전날인 9월 13일 본지는 대장동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이 세 명이 휴대전화를 바꾼 그날, 이재명 후보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개발은 민간 개발 특혜 사업을 막고 5503억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 사업”이라며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김용 부본부장은 유동규씨 통화와 관련해 말을 바꾸기도 했다. 김 부본부장은 작년 11월 ‘유동규 전 본부장과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는 본지 질문에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런데 이날 김 부본부장이 유씨와 6차례 통화했다는 포렌식 결과가 보도되자 그는 “화천대유 게이트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당사자(유 전 본부장)와 통화한 일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입장을 냈다. 정 부실장은 작년 11월 유씨의 마지막 통화 상대자라는 보도가 나오자 “특정 개인에 대한 흠집 내기”라며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일곱 번 더 통화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착수 98일째인 이날까지 기소한 사람은 유동규·김만배·남욱씨 등 5명이다. 인허가권을 가졌던 성남시 인사는 모두 빠져나간 셈이다. 검찰 안팎에선 “한편으로는 수사 직전 유동규씨를 상대로 이뤄진 ‘회유’와 ‘압박’이 통했고 또 한편으로는 ‘봐주기 수사’의 결과”란 분석이 제기됐다. 일선 검사들도 “유씨를 집중 접촉한 이 후보 최측근들을 그동안 조사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수사팀이 작년 9월 29일 유씨의 휴대전화를 놓친 것은 여전히 비판 대상이다. 당시 압수수색 팀은 유씨가 정진상 부실장과 통화한 직후 유씨 주거지로 들어갔는데 그 사이 유씨는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 주변 수색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던 수사팀은 ‘유씨의 휴대전화 투척’ 기사가 나오자 “확인 결과 창밖으로 던져진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작년 10월 경찰이 수색 하루 만에 휴대전화를 주워 간 사람을 찾아내 이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