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작년 9월 29일 검사 20여 명을 투입한 전담 수사팀을 꾸려 10일까지 104일간 대장동 사건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물이 10일 진행된 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 정민용씨 등 ‘5인방’의 첫 재판이었다. 재판 상황을 지켜본 법조인들은 “배임 수사가 ‘아랫선’ 5명으로 꼬리를 자르는 데서 한 발짝도 못 나갔다”며 “‘윗선’ 수사는 물 건너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연합뉴스

이날 재판정에 선 5명 중에서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측 변호인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정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기본 방향을 정했고 민간 사업자 이익은 고위험을 감수한 투자의 결과이지 배임의 결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씨 측은 “검찰의 주장은 전형적인 사후 확증편향”이라며 “우리 모두 지나간 일의 전문가인 것”이라고도 했다. 김씨는 배임 혐의 외에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에게 뇌물 700억원을 약속하고 5억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지만 이 역시 부인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 측은 “공모지침서 등은 피고인이 구속된 상황에서 체결돼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다른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남 변호사에게는 배임 혐의와 함께 정민용 전 성남도개공 투자사업파트장에게 35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도 적용됐지만 남 변호사 측은 공소 사실 모두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정민용씨 측도 “대장동은 제게 대단히 자랑스러운 업적 중 하나”라면서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했다.

유일하게 정 회계사만이 “공소 사실에 대해 실질적으로 다 인정하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수사 초기에 김만배씨 등과의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하는 등 수사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법조인들은 “중앙지검 수사가 ‘정영학 녹취록’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곳곳에 허점이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이 5명은 모두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은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유무죄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형사 재판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비리에 대한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