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의 간판 부동산 정책을 상대로 위헌 소송에 나선다. 이 전 권한대행은 현 정부가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법을 ‘잘못된 것’으로 규정하면서 “잘못된 걸 바로잡는 게 법조인의 일”이라고 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권한대행은 민형기 전 헌법재판관과 함께 법무 법인 ‘로고스’의 종합부동산세 위헌 소송 대리인단 10인 명단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민 전 재판관은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정부 종부세에 대한 위헌 및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당시의 주심 재판관이었다.

이 전 권한대행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도중 박한철 전 소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소장 권한을 물려받았고, 자신의 퇴임을 사흘 앞둔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로고스는 지난달부터 종부세 위헌 소송인단을 모집 중이다. 모집 안내문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종부세법은 수많은 위헌 내용으로 국민들에게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는 문구와 함께, 현 정부가 도입한 종부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놨다. ▲다주택자, 법인에 대한 과도한 세율 적용에 따른 조세 평등 원칙 위반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넘어 과도한 종부세까지 3중 조세 부담에 따른 재산권 침해 ▲'일시적 2주택’에 대한 규정이 없고 무조건 2주택으로 과세함으로 인한 조세 평등 원칙, 재산권 침해 ▲세목, 세율에 관한 조세 법률주의의 실질적 위배 등이다.

본지는 20일 이 전 권한대행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이번 소송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차원’은 아니라고 했다. 이 전 권한대행은 “많은 사람이 종부세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법률가라면 그런 분들을 위해 나서서 바로잡으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나”라며 “현행 종부세가 잘못된 것은 사실 아니냐”고 했다. 또 “로펌 동료 변호사들과 주변에서 종부세로 고생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가 그들에게 빛과 소금 역할을 하자’는 공감대가 만들어지면서 소송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개인 의지가 실린 소송이란 취지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근혜 정부 탄핵의 상징적 인물이 문재인 정부의 간판 부동산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을 놓고 반문(反文) 대열에 합류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전 권한대행은 “법관으로서 재판하면서 한 번도 정치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도 마찬가지로 법과 양심에 따랐다”며 “이번 위헌 소송 역시 정치적 재판이 아니다. 나는 법조인이고, 법조인은 잘못된 걸 바로잡아야 한다. 법조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스는 기독교 가치 구현을 내걸고 2000년 설립한 로펌이다. 이번 소송의 변호사비는 집단소송이란 점을 감안해도 낮은 편이다. 종부세가 연 1000만원 미만인 사람은 착수금 20만원으로 참여할 수 있고, 성공 보수는 정부에서 돌려받는 돈의 5%로 책정됐다. 통상 집단소송의 성공 보수 요율은 10% 안팎이다.

현행 종부세는 투자 목적으로 집을 여러 채 산 사람이 아니어도 큰 부담을 지도록 설계됐다. 부모의 갑작스러운 사망 등으로 아파트를 상속받았거나 직장 문제로 불가피하게 근무지에 집을 마련한 2주택자라 하더라도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산 경우와 똑같이 종부세를 수천만원 내야 한다.

서울 시내 중산층 거주지에 30평대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이들에게도 종부세는 부담이다. 서울 송파구 리센츠(전용면적 84㎡)를 가진 1주택자는 올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 788만원을 내야 한다. 매달 60만원 넘는 돈이 세금으로 나가는 셈이다. 정부의 이른바 ‘공시지가 현실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어서 당분간은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종부세는 매년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