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장관을 비롯한 법무부 간부들이 최근 석 달간 해외 출장을 10차례 다녀온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 중에는 ‘통일 관련 전문가 대담’이나 ‘(해외) 법률 체계 연구’ 등 코로나 확산기에 반드시 해외에 나가야 할 만큼 중요한 출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정권 말 법무부가 무리하게 외유성 출장을 몰아서 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장관 등 법무부 간부들은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을 갔다. 박 장관은 작년 11월(미국)과 올 1월(독일) 두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박 장관이 출장을 다녀온 직후부터 간부들의 해외 출장이 이어졌다. 강성국 법무차관은 작년 12월 프랑스와 스페인을, 구자현 검찰국장은 작년 12월 프랑스와 이집트에 출장을 갔다. 이 외에도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교정정책단장, 출입국심사과장, 국적과장 등도 이 시기 6일 이상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이들이 석 달 동안 10차례 출장에서 쓴 비용은 항공비 2억900만원과 체재비 약 1억7100만원 등 총 3억8000만원이었다. 다 세금으로 쓴 돈이다.
법조계에선 업무적으로 필요한 경우 해외 출장을 갈 수 있지만, 법무부 출장 내용을 보면 불요불급한 것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장관은 작년 11월 17일부터 24일까지 수행원 6명과 함께 총 7805만원의 출장비를 들여 미국을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UN 대테러실 MOU(양해각서) 체결, 통일 관련 전문가 대담 등’이었다. 이후 올 1월 8일부터 15일까지 수행원 5명과 함께 독일을 방문한 목적은 ‘한·독 형사사법협력 증진 강화 및 한반도 평화 관계 구축 논의’였다. 출장비는 6025만원이었다. 차순길 정책기획단장은 작년 12월 12일부터 19일까지 수행원 4명과 미국 출장에서 ‘외국인 중대 안전사고 대응 및 관련 법률 체계 연구 등’을 했다고 밝혔다. 한 전직 법무차관은 “법무부 현안과 직접 관련 있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권 말 어수선한 틈을 타 ‘외유성 출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과거 법무부 해외 출장비와 비교해 액수도 많았다. 2017년 11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수행원 9명과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 심의(UPR)에 참석했는데 출장비는 5577만원이었다. 반면 강성국 법무차관의 경우 작년 12월 6일부터 14일까지 수행원 8명과 함께 프랑스·스페인에서 ‘외국인 보호시설의 인권보호 실태 및 국제투자분쟁 현황 파악’을 하고 총 9106만원을 썼다.
출장자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재민 법무심의관 등 5명은 작년 12월 2일부터 11일까지 독일·오스트리아·스웨덴 출장(출장비 2437만원)을 다녀왔는데, 이 출장에 동행한 직원 일부가 귀국 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