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

서울중앙지검은 6일 ‘채널A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난 2020년 4월 민언련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지 2년 만이다. 이날 오전 중앙지검에서는 이정수 중앙지검장이 주재한 차장·부장검사 회의가 열렸고, 참석자 대부분이 ‘무혐의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 지검장은 이날 오후 ‘한동훈 무혐의’를 결재했다.

이 사건 수사팀은 이성윤 중앙지검장 때인 작년 1월부터 현 이정수 지검장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무혐의 보고’를 올렸다. 하지만 친정권 성향의 중앙지검 수뇌부는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아 그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못 했다’는 이유를 들며 결재를 미뤄왔다.

그러나 결국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이선혁)는 “증거 관계상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한 검사장을) 혐의없음 처분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휴대전화 잠금 해제 시도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도 했다.

아울러 중앙지검은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처음 MBC에 제보한 ‘제보자X’ 지현진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지씨의 혐의는 “청와대 전 민정수석이 (검찰 간부의 친형인) 윤모씨를 통해 신라젠 대주주 이철씨에게 100억원 요구했고, 일부 건넨 것으로 안다”는 허위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지씨 제보를 바탕으로 ‘검·언 유착’ 허위 보도를 해 채널A 기자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발된 MBC 관계자들은 무혐의 또는 각하 처리했다고 했다.

여권과 친여 매체, 친정권 검찰 간부들은 그동안 채널A 사건을 ‘검·언 유착’ 사건으로 규정해 왔다. 시작은 지난 2020년 3월 31일 MBC 보도였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윤석열 전 총장의 측근인 검찰 간부와 결탁해 수감 중인 이철씨를 상대로 ‘여권 인사 비위 자료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 일주일 만인 그해 4월 6일 민언련이 고발장을 제출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했다.

MBC 보도 9일 전인 2020년 3월 22일에는 지현진씨가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이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시 지씨는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강욱 의원과 찍은 사진과 함께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고 쓴 글도 공유했다.

사기·횡령 전과자로 ‘제보자X’로 알려진 지씨는 이철씨의 대리인으로 나서 MBC 보도 전까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여러 번 접촉했다. 지씨가 그 대화를 녹음해 MBC에 넘긴 녹취록에 따르면, 지씨는 이철씨를 선처해 줄 ‘검찰 간부’의 신원을 계속 요구하고 이 전 기자는 여권 인사 비위 자료를 받을 욕심에 ‘검찰 간부’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 식의 대화가 반복됐다. 이 전 기자는 2020년 8월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는데, 작년 7월 1심 재판부는 이 녹취록에 대해 “강요 혐의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이 사건을 ‘윤석열 공격’에 적극 활용했다. 그는 2020년 7월 2일 이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지휘권을 박탈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그해 11월에는 윤 전 총장 직무정지에 이어 징계를 청구하면서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를 사유 중 하나로 제시했다.

또한 2020년 7월 29일 정진웅 당시 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던 중 몸싸움을 일으켜 독직 폭행 혐의로 기소되는 등 수사 과정에서도 ‘무리수’가 잇따랐다.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게는 작년 8월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그해 같은 달 18일에는 KBS가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녹취록에 검·언 유착 발언이 담겨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가 다음 날 오보(誤報)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한 검사장은 이날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우려 한 ‘검·언 유착’이라는 유령 같은 거짓 선동과 공권력 남용이 오늘 최종적으로 실패했다”며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이 지극히 늦게 나온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