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장 들어가는 평검사들 - 19일 오후 ‘전국 평검사 대표 회의’가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검사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열린 회의에 참석한 평검사 207명은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주제로 각 검찰청에서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했다. 회의는 20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고운호 기자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검찰 조직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19일 서울 서초동의 서울중앙지검 2층 강당에서는 오후 7시부터 전국 평검사 대표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검사 2100여 명 중 각 검찰청에서 대표로 보낸 평검사 207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평검사 회의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규모로 개최된 것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열린 전국 평검사 회의 이후 19년 만이다.

회의에 앞서 윤경 의정부지검 검사와 김진혁 대전지검 검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개정안은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것으로 내용과 절차 등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점이 대법원, 대한변협, 민변, 참여연대, 형사소송법학회 등에서 광범위하게 지적되고 있다”며 “형사사법 실무자로서 전국 각 검찰청 평검사들의 동의를 받아 회의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오후 9시 15분까지는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주제로 각 검찰청에서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권이 폐지됨으로써 국민이 실질적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검사들이 다양한 검찰 업무 분야를 사례로 들어 지적했다”며 “법안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도 않고 위헌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했다.

1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평검사회의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회의에 참석하는 검사들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평검사들은 검사가 아닌 사법 경찰관에게 압수수색 영장 청구 권한을 가지게 하거나, 경찰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을 10일에서 20일로 늘리게 하는 내용 등은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해 집중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검사가 “검사가 된 지 3년 됐는데 정말 짐승처럼 일만 했다”면서도 “공익을 위해 검찰에 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얘기하자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밤 9시 30분부터 재개된 회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평검사들에 이어 부장검사들도 20일 오후 7시 서울중앙지검 강당에서 전국 부장검사 대표 회의를 갖기로 했다. 이 회의에는 전국 검찰청의 부장검사 5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검찰청 규모에 따라 최소 1명에서 최대 8명의 부장검사가 참석한다고 한다. 전국 고검장 회의, 전국 검사장 회의, 전국 평검사 회의에 이어 검찰의 ‘허리’에 해당하는 부장검사들도 집단 반발에 동참하는 상황이다. 약 8000명에 이르는 검찰 일반직 직원들도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이명재·김수남·문무일 전 검찰총장 등 전직 검찰 간부 51명도 “검사의 수사권은 공소권자인 검사가 사건을 직접 확인하여 억울한 사람은 없는지, 죄를 짓고도 처벌되지 않는 사람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는 필요 불가결한 방법”며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반대 성명을 냈다.

이런 가운데 대검은 법조계와 학계, 시민사회 인사 등이 참여하는 ‘검수완박’ 공청회를 22일 오후 2시 대검청사 2층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이 공청회는 ‘검수완박’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대검은 또 이날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경우를 대비해 ‘검수완박 위헌 특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TF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 검사·수사관이 개별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 등에 대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내용과 절차에서 명백한 위헌이란 게 검찰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