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지난 18~19일 이틀에 걸쳐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법사위에 ‘민주당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검토 의견서를 회신했다.
법원행정처는 의견서에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권한을 삭제한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선 “행정부 업무 분장 사항이라 사법부가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에 대한 검찰의 견제·통제 장치를 거의 모두 삭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선 모두 15개 조항에 대해 ‘검토’ ‘보완’ 의견을 제시했고 ‘위헌(違憲)’ 소지가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특히, 법원행정처는 “경찰의 과잉 수사나 부실 수사 위험을 적절히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면 수사와 기소를 최종 통제하는 법원 공판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공판을 통한 정의 실현’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인들은 “크게 봐서 5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사실상 법안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얘기”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은 19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며 “(현행법상 검찰에 고발해야 하는) 공정거래법 사건의 경우 검찰은 고발장 접수를 못 하고 수사를 못 해 법체계상 정합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18일에는 “이런 입법은 못 본 것 같다”고 답변했었다.
①검찰 사건의 즉시 경찰 이전
법원행정처는 검토 의견서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부칙(附則) 2조에 대해 “유사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다소 이례적인 경과 규정”이라며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 개정법 시행 전에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종전 법에 따라 그대로 검찰에서 처리하도록 수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개정안이 공포 3개월이 지나 시행되는 즉시 검찰이 수사 중이던 사건을 경찰청이 승계하도록 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 월성 원전 사건 같은 현 정권 수사도 예외는 아니다. 법원행정처는 검찰이 수사 중인 일반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검사가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고소·고발인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② 경찰이 압수영장 바로 청구
법원행정처는 사후 압수수색 영장 청구의 주체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서 ‘사법경찰관’으로 바꾼 개정안 217조 2항에 대해 위헌 가능성을 언급했다. “수사 단계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를 검사의 신청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헌법 12조 3항, 16조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한 것이다.
대법원은 검사가 구속영장을 직접 청구하지 못하고 사법경찰관의 신청을 받아 청구하게 한 개정안 201조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신병을 확보할 필요 등에 대비해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의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③ 경찰 부실 수사 견제 장치 없어
개정안에선 경찰이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하면 고소인이 이의 신청하는 경우에만 검사가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사법경찰관의 소극적 수사에 대한 충분한 견제 장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추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또 “고소인 등이 법률적 지식이 부족해 이의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며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불송치 사건의 범위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④ 경찰의 구속 피의자 석방권 독점
민주당은 개정안에서 경찰의 위법한 체포·구속에 대한 검사의 석방명령권, 송치명령권(형소법 198조의 2)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위법한 체포·구속에 대한 검사의 인권 보호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사가 구속 사건을 송치받은 단계에서도 경찰을 통해서만 구속 취소나 구속 집행 정지가 가능하게 한 부분에 대해서도 “검사의 인권 옹호 기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⑤ 모호한 ‘검사의 의견 청취권’
민주당은 개정안에서 검사가 영장 청구 및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피의자 등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법원행정처는 이게 성격이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수사나 마찬가지인데 ‘의견 청취’로 규정한 것은 수사 절차를 규정한 형사소송법의 다른 조항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개정안의 세부 오류도 지적했다. 경찰의 고소 사건 처리 통지 대상으로 ‘배우자 직계친족’이라고 한 것에 대해 ‘배우자·직계친족’으로 가운뎃점을 찍어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