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완료하기 위해 지난 20일 ‘위장 탈당’ ‘기획 탈당’ 꼼수를 쓰자, 21일 검찰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밝힌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배제하고 ‘무소속 민형배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투입시켜 검수완박 2개 법(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를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부장검사들 “위장탈당은 통정허위표시 판박이” “이게 선진적 입법 절차인가”
공봉숙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전날 오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민형배 의원의 민주당 탈당이 민법상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해 법률상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공 부장검사는 “기사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세상에 살다살다 ‘위장탈당’ 이란 걸 다 보게 된다”며 “국회의원이 소속당과 짜고 국민들이 다 알도록 말이죠”라고 했다.
그는 “원래 통정허위표시는 민법 108조에 따라 무효”라며 “통정허위표시는 ‘상대방과 짜고 하는 진의가 아닌 의사표시’를 말하는데, 요건이 딱 들어맞는다”고 했다. 민법 108조 1항은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거짓으로 재산을 넘기는 등의 행위를 막기 위해 이른바 ‘짜고 치는’ 거래행위를 무효로 한 것이다. 공 부장검사는 “민 의원께서 민주당의 당론을 따라 ‘검수완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잠시만’ 탈당하는 형식을 취해 안건 처리를 하시고 즉시 복당한 후 민주당의 일꾼으로 그 한몸 비치려고 하시는 것을 민주당과 민 의원 뿐 아니라 전국민이 알고 있다”며 “그렇다면 진정한 탈당 의사가 없는 통정 허위표시 아닌가”라고 했다.
김태헌 원주지청 형사2부 부장검사도 전날 검찰의 권력 수사를 보장한 프랑스 입법 사례와 민주당을 비교하며 민 의원의 ‘위장 탈당’을 비판했다.
김 부장검사는 “2012년 12월 프랑스 예산장관 제롬 카위작은 탈세와 전쟁을 선포하고 부유층 증세를 추진했는데, 정작 카위작은 스위스에 비밀 계좌를 통해 탈세를 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폭로됐고 2013년 1월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며 “카위작은 극구 부인하다가 2013년 4월 혐의를 공개 인정했는데 그 이유로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던 검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프랑스 국회는 이 사건을 기회로 2013년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며 중대 금융범죄에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검찰 조직을 만들고 2018년 사기범죄전쟁법을 제정한다”고 했다.
김 부장검사는 “우리는 어떤가”라며 “제1교섭단체의 원내부대표였던 분(민형배 의원)이 ‘무소속’으로 변신하셨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건조정위원회(국회법 제57조의2)는 (여야) 4대2가 되어 무력화될 것”이라며 “이 조문은 국회선진화법이 아닌가. 이게 선진적 입법 절차인가”라고 했다.
◇현직 검사 “국회의원은 벼슬 아냐, 국민 봉사자일 뿐”
또, 신건호 수원지검 검사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조종태 광주고검장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실명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그럼 의원님은 국민이 우스우신가요” “의원님이 지금 하고 계신 입법이 국민을 대변해서 하시는 정당한 입법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밝혔다. 김용민 의원은 전날 조 고검장으로부터 받은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국민이 그렇게 우스운가요?’라는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이게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에게 검사가 보낼 문자인가”라고 전한 바 있다.
신 검사는 “국회의원은 벼슬이 아니다. 국민의 봉사자일 뿐”이라며 “국회의원이야말로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갖고 계신 게 아니다. 국민이 국민을 위해 행사하라고 맡긴 책무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