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회계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서 휴정 시간을 맞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도움을 받은 대가로 그의 아들에게 퇴직금 50억원이 지급됐다고 들었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증언했다.

정 회계사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곽 전 의원과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뇌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회계사는 검찰 조사에서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에게 지급된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에 대해 김씨가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깨지지 않게 하는 대가”라고 말한 것을 전해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는데, 이날 법정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증언했다.

정 회계사는 검찰이 “화천대유 전무 양모씨가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지급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자, 김만배 씨가 양 전무를 달래는 과정에서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도와준 대가라고 말한 것을 들었는가”라는 질문에 “맞다”라고 답했다.

곽 전 의원은 현재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인 2015년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김씨의 부탁을 받고 컨소시엄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나은행 측에 영향력을 행사한 뒤 화천대유에 입사한 아들의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50억원(실수령액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정 회계사는 “(김씨가) 고위 법조인들은 6명한테 50억원씩 주고, 시의원한테 20억원을 주고, 100억원은 다른 누군가에게 주고 해서 420억원 용도가 따로 있다고 하면서 고위 법조인 얘기가 나왔다”고 증언했다. 김씨가 변호사로 등록된 이들은 변호사비 또는 고문료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하고,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곽 전 의원에겐 “아이들 통해서 주면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바 있는 ‘정영학 녹취록’의 내용 중 일부로, 정 회계사는 법정에서 이 녹취 내용대로 대화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또 정 회계사는 2018년 11월 서울 서초구 한 음식점에서 함께 식사하던 도중 곽 전 의원이 “많이 벌었으면 나눠줘야지”라고 했고, 김씨가 “법인 돈이어서 안 된다”며 거절해 다툼이 있었다고도 증언했다. 또 검찰이 “2020년 4월 녹음된 녹취록에 의하면, 김만배 씨가 증인(정 회계사)과 대화하는 중에 ‘사람들 참 욕심이 많아. 병채 아버지는 돈 달라고 하지? 병채 통해서?’라는 부분이 확인된다.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맞다. 약속한 돈을 달라고 한 것만 알고 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정 회계사는 이날 사건의 핵심 증거인 ‘녹음 파일’을 만든 경위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질 수도 있다고 해서 녹음하게 됐다”고 답했다. 정 회계사는 “작년 9월부터 제가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이고 온갖 상황이 저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며 “김씨 주변에 정치인과 고위 법조인들이 많아서 두려워서 (증거로) 제출했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곽 전 의원은 오전 재판이 끝난 뒤 법정을 빠져나가는 정 회계사를 향해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냐”고 불만을 표했다. 재판부가 오후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주의를 주자 곽 전 의원은 “하도 답답해서 그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