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7일 새벽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단독 의결하자, 대검찰청은 이날 “국익과 국민의 권익 확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보도 자료를 내고 법안 시행 시 폐해를 지적하고 나섰다.
◇공직자·부패 범죄 뒤섞인 ‘은수미 사건’… 수사 불가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은 검찰의 수사 범위였던 6대 범죄 중 4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를 법안 공포 후 4개월 후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2대 범죄(부패·경제)는 최소 1년 6개월 후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시까지 수사권 폐지가 유예되지만, 검사들은 “범죄자가 검찰 수사 범위에 맞는 혐의만 콕 집어 범죄를 일으키느냐. 사실상 2대 범죄도 제대로 수사가 불가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대검 반부패강력부는 그 대표 사례로 ‘은수미 성남시장 사건’을 꼽았다. 이 사건은 애초에는 경찰관이 은수미 성남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수사 기밀을 누설한 단순 공직자 범죄였다. 하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를 통해 성남시 고위 공무원들과 경찰관들이 유착해 수차례 수사 기밀을 ‘거래’한 사실을 밝혀냈다. 공무상비밀누설 사건이 뇌물, 직권남용, 변호사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등 여러 부패 범죄 관련 혐의가 뒤섞인 사건이 된 것이다.
대검 반부패강력부는 “직권남용 등 공직자범죄는 뇌물수수 등 부패범죄와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법안이 통과하면 검사의 공직자범죄 수사개시 권한을 박탈해 국가존립의 기초가 되는 공직사회 청렴성을 보호하는 공직자범죄 수사에 큰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검사한테 범죄 보고도 모른 체 하라니”
검사들은 이번 법안의 가장 큰 ‘독소조항’으로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 수사를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서’로 제한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검사는 “앞으로 검사들은 눈뜬장님처럼 범죄를 보고도 모른 체 하라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 했다.
대검 형사부는 “검사 수사권을 동일성 범위 내로 제한한 것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인지사건, 진범 및 공범에 대한 수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공판에서 증인이 위증해도 직접 수사범위나 보완수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위증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새 범죄 사실이나 공범 등 진상이 드러나도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예컨대 경찰이 송치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성폭력 범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동일한 범죄사실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은 수사를 못한다. 특히 검찰 보완 수사 과정에서 공범과 여죄 여부 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 조직적 보이스피싱 범죄 등 피해 규모가 큰 범죄에 대한 대응 역량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검사가 수사한 사건은 직접 공소 유지 못 해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에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기 위해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한 공소의 제기에 관여할 수 없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검사들은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사건처럼 기록이 방대하거나, 라임·옵티머스 사건처럼 전문가들도 복잡해 이해가 어려운 사건 공소유지는 사실상 포기하라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대검 공판송무부는 “검사의 수사권은 소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제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에게서 수사는 본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며 “검사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참고인 진술 청취 등 검증 과정이 불가피한데, 이도 수사에 포함되니 검증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했다.
이어 “중요범죄라 하더라도 사안의 경중이 각각 다른데 일률적으로 수사검사와 기소 및 공소유지검사를 분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실무상 가능하지도 않다”고 했다.
◇”’정치권 치외법권화’ 비판 모면하려 꼼수”
민주당은 27일 새벽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시킨 법안에 ‘선거범죄에 관해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 기능을 폐지하되, 2022년 12월 31일까지 법 적용유예 기간을 둔다’는 부칙을 뒀다. 당장 6월 지방 선거에서 발생할 선거범죄에 대한 수사 공백이 우려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6개월의 공소시효, 난해한 선거법, 경찰업무 폭증, 더딘 수사진행에 따른 부실수사 우려 등 검사의 직접수사개시 기능 폐지로 발생할 문제점에 대한 대안은 전혀 없다”며 “‘정치권 치외법권화’의 비판만 모면하기 위해, 선거사건 수사의 혼란 시점을 몇 개월 유예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처럼 공무원의 직무·직위 이용 선거 범죄 공소시효는 10년”이라며 “오는 12월 31일까지 검사가 수사개시한 지방선거 사건이 마무리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