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사건’ 관련 이동재 전 채널A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채널A 사건) 제보내용을 (MBC 최초 보도 전) 열린민주당 관계자들과 의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른바 ‘제보자X’ 지현진씨와 MBC의 권언유착 또는 ‘함정 취재’ 비판에 대해서는 “증거를 파악하기 위해 애쓰는 것으로 생각했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태균 부장판사는 31일 오후 최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7차 공판을 열고 황 전 최고위원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최 의원은 2020년 4월 3일 본인 페이스북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전 기자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작년 1월 기소됐는데, 최 의원은 글을 쓴 경위에 대해 ‘황 전 위원이 받은 제보내용 관련 설명 들은 것을 기억을 되살려 페이스북에 쓴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최 의원은 당시 글에서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VIK 대표에게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넸다고 해라’, ‘유시민의 집과 가족을 털고 (유시민이) 이사장을 맡은 노무현재단도 압수수색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는데, 이후 공개된 편지와 녹취록 등에서 그런 표현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 나흘 뒤 열린민주당 회의에서 의논
이날 최 의원 측 증인으로 참석한 황 전 최고위원은 이른바 ‘제보자X’로 불리는 지현진씨로부터 채널A 사건을 제보받은 과정을 설명하면서, “2020년 3월 26일 제보를 받았고, 나흘 뒤인 3월 30일 열린민주당 회의에서 의논했다”고 밝혔다.
황 전 최고위원은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인 이철 전 VIK의 변호인 이모 변호사의 소개로 그달 26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근처 치킨집에서 지씨를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황 전 최고위원은 당시 자리에서 “수감 중인 이철씨에게 편지가 왔는데 ‘기자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해 구체적 제보 달라는 취지로 압박하고 있다’는 내용, ‘지씨가 이 전 기자를 만나 윤석열 당시 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의 통화녹음도 듣고, MBC가 그 장면을 촬영했고 보도를 준비중’이라는 내용을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로부터 제보 관련 연락을 받았을 당시, 최강욱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도 함께 있었지만 두 사람에게는 “검찰이 언론과 같이 꿍꿍이를 꾸미는 것 같다는 제보가 있다”고만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제보 내용은 다음날인 2020년 3월 27일 USB 안에 저장된 문서 파일 등으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황 전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그달 30일 열린민주당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제보받은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황 전 최고위원은 “손혜원 당시 의원, 김의겸 등등 후보 등이 있었다”며 “‘이철 누구냐’ ‘자료는 누구로부터 받았나. 믿을 수 있나’ 등 질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 종료 후 한 관계자가 유 전 이사장에게 연락했고 유 전 이사장도 현장에 와 제보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다만, 황 전 최고위원은 2020년 3월 31일 MBC의 검언유착 의혹 최초 보도 관련, 보도 시점은 미리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MBC가 이 사건 취재를 하는 건 제보자 지씨를 처음 만났을 때(3월 26일) 들었지만, 보도 일자는 보도 당일 낮에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황 전 최고위원이 제보 받은 시점 관련 의문이 제기됐다. 지씨는 2020년 3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고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 ㅋㅋㅋ”라고 썼다. 황 전 최고위원은 당시 사진을 올리며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3월 22일은 지씨가 마지막으로 채널A 기자를 만났고, MBC와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준비하던 시점이었다.
◇'제보자X’ 함정 취재 질문에는 “증거 파악, 애쓴 것으로 생각”
이날 재판에선 이철 전 VIK 대표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검언유착’ 의혹을 최초 제기한 제보자 지씨의 제보 신뢰성 문제도 재차 언급됐다. 작년 7월 이동재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지씨는 피해자(이철)에게 존재하지 않는 정치인의 금품 제공 장부나 송금 자료가 있는 것처럼 언동했다”며 이 전 기자 측이 앞서 주장해온 ‘함정 취재’ 의혹을 일부 인정한 바 있다. 이 전 기자 측은 지씨가 여권 정치인들의 비리를 아는 것처럼 행세하며 자신에게 접근하며 “검찰과 연결해달라”고 요구했고, MBC 취재진과 미리 계획한 대로 자신을 함정에 몰아넣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최 의원 재판에서 김 부장판사는 “검사가 반대신문 중 ‘지씨가 한 5명 정도 보면 될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이건 2020년 3월 13일 2차 만남이었다. (지씨는 실제 5명 리스트가 없음에도) 지씨를 신뢰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신라젠 로비’ 또는 유시민 이사장 등 관련해 자료가 없는 지씨가 채널A 측에는 관련 자료가 있는 것처럼 위장했고, 그달 26일 제보를 받은 황 전 위원은 이런 내용을 알았을 가능성이 큰데 제보를 믿은 이유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황 전 위원은 이에 대해 “지씨는 ‘기자가 검찰 고위 간부와 연결돼 있고, 검찰과 언론이 한통속으로 작업치는 것 같아서 뒤져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며 “제보가 있는 것처럼 그런 태도를 취하면서 신뢰를 형성해보려 한 게 아닌가. 공익제보로 활용하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가 재차 “검찰 등 수사기관의 함정수사가 정당화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지씨 제보를 신뢰한 것이냐”고 묻자, 황 전 위원은 “그렇다. ‘이 전 기자에 대한 신뢰를 얻어 검찰과 내통하고 있는지 증거를 파악하려고 애쓰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