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국책 사업인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을 총괄했던 정성기 초대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장이 지역 건설업자에게 사업 부지 특혜 분양을 약속하고 나중에 사업 수익에서 20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뇌물 약속)로 최근 기소됐다.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 김영남)는 해양수산부 3급 간부인 정씨에게 해수부 ‘대외비 공문서’를 건설업자에게 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건설업자로부터 식사비 등 1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도 적용했다. 검찰은 또 건설업자에게 정씨를 소개해주고 7000만원 이상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국토교통부 소속 사무관 A씨를 앞서 구속 기소했다.
사업비가 총 8조9000억원대인 ‘부산 북항 재개발’은 부산 신항 건설로 역할을 다한 구(舊) 부산항 근처 구도심 지역을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부산시는 이 사업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7년부터 추진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부산항 재개발 임기 내 완료’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 건설업자 B씨는 지난 2017년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국토부 사무관 A씨로부터 이 사업 담당자였던 정씨를 소개받았다. 당시 정씨는 해수부 내에서 이 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했고 2019년 초대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장에 임명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씨가 B씨에게 사업 부지 일부를 특혜 분양해 주고 토지 매각 이익을 나눠 갖기로 한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예상 이익을 1000억원으로 추산했고 이 중 20%(200억원)를 정씨와 A씨가 가져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형법 129조(뇌물약속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또 사업 계획 등이 담긴 여러 건의 해수부 내부 문건을 B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B씨도 토지를 분양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은 국토부 사무관 A씨에 대해선 정씨를 소개해준 대가로 B씨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 약 4000만원을 사용한 혐의 등을 확인했다. A씨는 고가 호텔 숙박과 식사도 수백만원어치를 제공받고, 2017년 하반기에는 정씨에게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B씨에게 약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지난 3월 A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같은 달 정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200억원 뇌물 약속’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수부는 작년 3월 북항 재개발 사업 자체 감사를 벌였고, 같은 해 8월 정성기 전 단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권한 남용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 결과 발표 전인 작년 6월 정씨가 단장직에서 경질되자 부산지역 시민 단체들이 ‘보복성 인사’ ‘쳐내기식 감사’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정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검찰의 공소 내용과 관련해)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