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이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초본 파일이 첨부된 청와대 e지원시스템의 문서관리카드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지 10년 만에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8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의 재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백종천(왼쪽)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 /뉴스1

대법원은 “백 전 실장 등에 대한 공소 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대통령기록물법 제2조 제1호의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백 전 실장 등이 양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논란은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2007년 노 전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새누리당은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이 고의로 폐기·은닉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노무현 청와대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13년 11월 백 전 실장 등을 기소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백 전 실장 등에게 회의록을 이관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이들이 회의록 초본을 삭제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1·2심은 회의록 초본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통령기록물로 인정되려면 대통령 결재가 있어야 하는데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초본 파일을 열어 “내용을 한 번 더 다듬어 놓자는 뜻으로 재검토로 합니다”라고 했을 뿐이라는 취지였다. 또한 회의록 이전 단계의 초본은 추후 독립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없다면서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도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0년 12월 2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회의록 초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결재를 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21일 회의록 내용을 확인하고 문서관리카드에 서명을 생성함으로써 공문서로 성립시켰다”며 “‘재검토 지시’가 있었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대법원은 또 “초본에 수록된 정보들은 첨부된 ‘지시 사항’에 따른 후속조치가 예정돼 있으므로 폐기 대상이 아니다”라며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 역시 유죄로 봤다.

서울고법은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1년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