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나 컴퓨터에 있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으로 그와 연동된 클라우드(가상 서버)의 전자정보까지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2020년 12월 재력가나 변호사 행세를 하면서 세 사람으로부터 총 4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A씨를 조사하던 중, A씨 동의를 얻어 휴대전화기에서 은행 거래와 통화 내역, 메신저 대화 기록을 확인했다. 경찰 수사관이 휴식 시간을 주자 A씨는 휴대전화기에서 메신저 대화 내역을 지웠다. 수상하다고 생각한 경찰은 A씨 휴대전화기를 임의제출받았고, 불법 촬영물로 의심되는 사진과 동영상을 발견했다.

경찰은 불법 촬영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들에게 연락해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한달 후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진, 동영상 파일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외부저장매체’로 압수수색 범위가 정해진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A씨의 휴대전화기를 켜 클라우드 계정에서 불법 촬영물을 다운로드받았다.

1·2심은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지만, 경찰이 A씨가 임의제출한 휴대전화기에서 확보한 불법 촬영물에 대해선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압수수색영장을 받은 뒤 A씨의 클라우드 계정에서 찾아낸 불법 촬영물은 적법한 증거라고 보고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클라우드에서 확보한 불법 촬영물은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수색할 장소’의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저장된 전자정보 외에 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별도로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가 특정돼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의 ‘압수할 물건’에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저장장치의 전자정보만 적시돼 있고, 클라우드 전자정보는 압수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휴대전화나 컴퓨터 내 보관된 전자정보 등을 압수수색의 대상으로 한 영장을 통해 그와 연동된 서버에 보관된 전자정보 등을 압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최초 판단”이라며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를 압수하기 위해서는 ‘압수할 물건’에 그 부분이 포함돼야 하고, 그 부분에 대한 법관의 사전 심사를 거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