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집중 호우에 대비하기 위한 서울시의 중장기 대책을 내놨다. 지난 8일부터 수도권 등 중부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에서도 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 오 시장이 직접 ‘빗물 터널’을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전날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집중호우로부터 안전한 서울시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대심도 터널) 건설을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집중 투자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기상 이변에 따른 기록적 폭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치수관리 목표를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시간당 처리 용량을 현재 ‘30년 빈도 95㎜’ 기준에서 최소 ‘50년 빈도 100㎜’로 높이고, 항아리 지형인 강남의 경우에는 ‘100년 빈도 110㎜’를 감당할 수 있도록 목표를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정부와 협력해 향후 10년간 상습 침수지역 6곳에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 기존 하수관로 정비, 소규모 빗물저류조, 빗물펌프장 설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 예산 1조5000억원을 비롯해 총 3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빗물저류배수시설의 유효성이 이번 폭우 사태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시간당 95∼100㎜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32만t 규모의 저류 능력을 보유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건립된 양천 지역의 경우 침수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반면,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없는 강남 지역의 경우 시간당 처리능력이 85㎜에 불과해 대규모 침수피해로 이어진 것이 단적인 예”라고 했다.

오세훈(왼쪽)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폭우로 고립돼 일가족 3명이 사망한 다세대 주택 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먼저 시는 오는 2027년까지 강남역 일대와 도림천, 광화문 인근에 빗물저류배수시설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특히 침수 피해가 컸던 강남역 일대에는 3500억원을 투입해 기존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 계획을 복원하는 치수 대책을 추진한다. 관악구, 동작구, 구로구, 영등포구를 흐르는 도림천은 서울 시내 지천 중 수해에 가장 취약한 곳인 만큼 3000억원을 투입해 빗물저류배수시설을 건립하고 저수·통수 능력을 늘릴 계획이다. 광화문 인근의 경우 당초 C자형 관로에서 관로를 한 곳 더 추가하는 정도로 보완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짓기로 했다.

이후 시는 2단계 사업으로 동작구 사당동 일대, 강동구, 용산구 일대에서 관련 도시개발 진행 상황에 맞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빗물 처리 시설을 설치해 나갈 계획이다.

오 시장은 “이러한 대책의 구체적인 실행 준비를 위해 재난기금 등 관련 재원을 즉시 투입하겠다”며 “6개 지역에 대한 실태와 여건, 설치 방법과 규모 등 방향 설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하반기에 추진하고 내년도 예산에 설계비 등을 반영해 이후 절차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심도 터널공사는 대규모 재정투자가 필요하고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한 중장기적인 투자 사업인 만큼, 서울시는 열악한 재정 여건에도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서 필요할 경우 지방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정부에는 국비 지원을 요청했고, 오늘 아침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