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31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10년 간 벌인 6조원대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S)에서 “2800여억원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아내며 선방한 배경에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유죄 판결’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1월 11일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주완중 기자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가 법무부에 보낸 판정 결정문에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유죄 판결’에 따라 론스타 측의 과실이 인정되므로 배상액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한 푼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소수 의견도 담겼다고 한다.

대검 중수부는 2007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감자(자본감소) 계획을 발표해 외환카드의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린 혐의로 유회원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와 론스타 법인을 기소했다. 주가 하락으로 론스타가 외환카드 합병비용을 아껴 약 123억7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고, 외환카드 지분 31.4%를 가진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2011년 유 전 대표는 징역 3년, 론스타는 벌금 250억원이 확정됐다. 당시 중수부 수사팀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있었다.

대검 중수부는 또 2006년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팔릴 당시 매각 결정과 가격산정, 인수자격 승인 등의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며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지만 두 사람은 2010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론스타는 ISDS 과정에서 “대법원에서 무죄로 끝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재판과 외환은행·외환카드 합병 시 주가조작 유죄 판결에 따라 제때 외환은행을 팔지 못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ICSID 중재 판정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유죄 판결 등을 근거로 론스타 청구 금액의 4.6%만 인용하는 판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