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폭로하고 경영진을 비판하다 직위해제 조치를 당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노조 지부위원장은 ‘공익제보자’에 해당한다는 2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배준현)는 지난 7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국민권익위를 상대로 “공익신고자에 대한 신분보장조치 요구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 2심에서 정 사장 측 항소를 기각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강창호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새울1발전소 노조 지부위원장은 지난 2020년 1월 한수원 감사실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한 공익 신고를 하고, 이후 관련 감사를 진행 중인 감사원에 증거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정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기자회견이나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정 사장이 월성 원전을 조기 폐쇄해 국민 재산을 생매장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수원은 같은 해 2월 강 위원장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이유로 직위해제했다. 강 위원장이 ‘부당 조치’라며 구제 신청을 했지만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도 “직위해제 조치가 부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1월 강 위원장을 공익제보자로 인정하면서, 한수원에 ‘직위해제 조치를 취소하고 그 기간 차별 지급된 보수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또 같은해 4월에는 결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한수원에 2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정 사장은 “강 위원장이 제보한 내용은 언론에 이미 보도된 내용을 신고한 것에 불과하고, 공익제보자 결정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정 사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강 위원장이 제출한 신고는 한수원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대한 증거를 포함하고 있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서 “부패방지권익위법상 부패신고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한수원이 직위해제 이유로 ‘회사 경영진의 명예를 크게 손상시켰다’는 점을 든 데 대해서도 “인사관리규정에는 ‘회사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자’를 두고 있는데, ‘회사의 사장이나 경영진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는 위 규정에 해당한다 볼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월 강 위원장이 “직위해제가 적법하다고 본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기도 했다. 한수원의 직위해제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