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지난 7월 최경환 전 부총리 관련 허위 의혹을 MBC에 제보한 혐의로 기소된 이철 전 VIK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MBC 기자가 “보도가 힘들다고 했는데, 윗선에서 보도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왜곡 보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본지가 확인한 해당 재판 기록에 따르면 MBC 기자는 법정에서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저는 저 보도에 반대했다. 최경환 건 쓰지 말자고”라고 증언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본지 등 일부 언론은 지난 7월 이 재판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MBC 기자가 법정에서 “(신라젠)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뒤 이 정도 팩트로는 보도가 어렵다고 했는데, 윗선에서 보도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MBC는 이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한 본사 기자의 발언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MBC는 “본사 기자가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취재계획을 담당 데스크에 보고하면서 최 전 부총리에 대한 정보도 같이 보고했는데, 데스크는 ‘거물 정치인인데 정보보고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더 취재해 볼 가치가 있는 거 아닌가?’라는 의견을 밝혔다. 본사 기자는 이철 전 대표와 ‘2차 서면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최 전 부총리 측이 65억원을 투자했다’는 구체적인 답변을 듣고 보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 기록에 따르면 MBC 기자는 ‘이철씨 측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최경환 의혹 보도를 한 이유’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저의 판단이 아니라 회사의 판단이었다”며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저는 저 보도에 반대했다. 최경환 건 쓰지 말자고”라고 말했다.
이철 씨 측의 증인 신문 과정에서도 MBC 기자는 ‘2차 서면 인터뷰’ 이후에 취재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보도가 나간 이유에 대해 “그 당시 MBC 판단은 ‘이철 대표가 이 정도 이야기를 했으면 이것은 기사다’라는 것”이라며 “나이가 많은 윗 기자들과 아랫 기자들의 생각이 바뀌는(다른) 것인데, 옛날에는 중요 사건 피의자가 한마디 했으면 그냥 바로 다 기사화가 됐다”고 했다.
이어 “사실 관계와 상관없이 옛날 언론들의 행태를 보면, 윗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저는 마지막까지 ‘이 부분(최경환 의혹)은 조심해야 된다. 나중에 더 취재를 할 테니까 일단 검언유착으로 가자’라고 이야기했는데, 결정은 결국 회사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MBC 기자에게 재차 “최경환 건 보도하는 걸 반대했는데, 사측에서 가치가 있으니 취재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MBC 기자는 “사측이라고 표현하면 좀 그런데 제 MBC기자 선배들이니까, 선배들과 제가 의견이 엇갈린 것은 맞다”고 답하며 당시 이를 지시한 상급자가 누구인지 밝혔다.
앞서 MBC는 2020년 3~4월 이른바 ‘채널A 사건’을 연속 보도하며 이 사건 제보자인 이철씨가 “최경환 전 부총리 측이 신라젠에 65억원을 투자했다고 하더라”는 내용도 제보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직후 최 전 부총리는 “사실무근”이라며 이철씨와 MBC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이중 이철씨만 재판에 넘겨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