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면서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대선 관련 선거 사범의 공소시효(9월 9일)가 만료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수사를 끝냈지만,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 중이던 2018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을 당시 이태형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들이 쌍방울로부터 전환사채(CB) 20억여원어치를 대신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 대표는 30여명의 변호인단을 꾸렸지만 ‘변호사 비용으로 3억원을 지출했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다. 그러자 친문 성향 단체 ‘깨어있는 시민연대당’은 이 부분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이 대표 등을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작년 10월 검찰에 고발했다.
15일 본지가 입수한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의 이 대표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고발인 측과 이 대표 측이 제출한 자료와 관련 금융계좌 거래 내역, 관련자 진술 등을 검토한 결과 변호사비 지급에 관한 이 대표의 발언이 허위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선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첫 제보자였던 이모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내용이 작성 경위와 다른 증거 등을 볼 때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녹취록엔 제보자 이씨와 수임료를 대납받았다는 변호사 등과의 대화 내용이 담겼는데 변호사비 대납 정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2년간 형사 사건 변호인으로 대형로펌 등 10여곳을 선임해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변호사비가 이례적으로 소액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변호사가 장기간 변론을 하고도 수임료로 확인되는 금액이 1200만원에 불과하고, 나모 변호사의 경우 이 대표 아내 김혜경씨 사건까지 맡고도 1100만원을 받았을 뿐이어서 지금까지 드러난 금액 외에 지급된 변호사비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쌍방울과 관계사가 발행한 CB가 이 대표 변호사비로 대납됐는지 여부를 금융계좌 거래 내역 추적,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일부 CB가 발행돼 유통되는 과정에서 ‘편법 발행, 유통 등 횡령·배임’, ‘자금 세탁’이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다”며 “이 대표와 주변 인물들, 변호인들의 쌍방울그룹과의 관계 등을 볼 때 변호사비가 대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이 대표 변호인들이 이 대표가 도지사로 있던 경기도청 자문 변호사(산하기관 포함)와 쌍방울그룹 계열사 등의 사외이사로 선임돼 자문료, 사외이사 급여 등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변호사비 명목으로 지급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은 “쌍방울의 CB 발행·유통을 주도하고 자문 계약 및 사외 이사 선임을 지시·관여한 것으로 확인되는 쌍방울 실소유주 김모 전 회장이 해외 도피 중이고 경기도청 자문·소송 계약 등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들이 수사기관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6개월) 내 더는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적어도 현 단계에선 이 대표의 발언 내용을 허위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며 불기소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깨어있는 시민연대당’은 “이 대표가 변호사 비용이 3억원이 넘는다고 말한 것은 지금까지 수사 내용을 토대로 거짓이라는 것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며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수원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 재정신청은 수사기관 대신 법원이 직접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고소·고발인이 요청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