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투숙 중인 남녀의 성관계 소리를 녹음하려다 발각된 남성이 재판에서 “대화를 녹음하지 않았으니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김승정)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서울 중구의 한 호텔 방 안에서 나는 성관계 소리를 녹음하려고 출입문 밖 손잡이 위에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음성 녹음 앱을 작동했다. 그런데 이 방에 투숙한 피해자가 밖으로 나오면서 휴대전화가 떨어졌고, 피해자의 신고로 A씨는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재판에서 A씨 측은 “피고인이 녹음한 것은 피해자들이 내는 불명확한 소리로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는 ‘대화’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면 처벌한다’고 돼 있고 A씨는 대화를 녹음하지 않았으니 무죄라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녹음 파일에서) 피해자들의 대화 내용 일부가 식별 가능하다”면서 “A씨가 성적 호기심과 만족을 위해 피해자들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2017년 단순한 비명 소리나 탄식 등은 대화라고 볼 수 없으며, 이를 녹음해도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한 법조인은 “성관계 시 발생하는 신음 소리 등은 경우에 따라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말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대화 없이 신음 소리만 녹음했다고 무조건 ‘무죄’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