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뉴스1

형량에 따라 부과하는 ‘총액 벌금제’ 대신 범죄인의 소득 및 자산 수준에 따라 벌금의 크기를 달리해야 한다는 ‘재산비례형 벌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6일 법원행정처가 계명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벌금형 제도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재산비례형 벌금제 도입에 찬성하는 법관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9.2%였다. 도입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33.9%)보다 많았다.

재산비례형 벌금제란 피고인의 자산과 하루 평균 수입을 기준으로 벌금 액수를 정하는 제도다. 핀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등이 재산비례형 벌금제에 따라 벌금 액수를 산정한다. 반면 한국은 형량에 따라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총액 벌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재산비례형 벌금제에 찬성하는 법관들은 사법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같은 액수의 벌금이라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그럴 여력도 없어 자유형(징역·금고 등)을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를 희망할 정도로 경제적 부담이 큰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자산가에게는 사실상 형벌로서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산비례형 벌금제 도입을 위해서는 피고인의 재산을 정확히 파악할 수단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등 이유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적지 않았다. 특히 같은 범죄를 두고 재산에 따라 벌금액을 달리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는 입장도 많다. 자산가 등이 벌금을 줄이려 재산을 은닉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재산비례형 벌금제는 21대 국회에서 이미 여러 차례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해당 법안들은 아직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