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임성근 전 부장판사 사표를 수리하지 않아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전후 상황을 잘 아는 것으로 알려진 김인겸 서울가정법원장을 소환하려 했으나 김 법원장이 불응 중인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박혁수)는 최근 김 법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기 위해 수차례 소환 통보를 요청했지만 김 법원장은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020년 5월 임 전 부장판사가 건강상 이유로 사표를 내자 “지금 (민주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겠냐 말이야”라며 거부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 대법원장은 이를 부인하는 답변서를 국회에 보냈지만 임 전 부장판사가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2021년 2월 민주당이 임 전 부장판사를 탄핵할 수 있도록 사표 수리를 미뤄 직권을 남용하고, 국회에 보내는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 등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을 고발했다.
2020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재직했던 김인겸 법원장은 이 고발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임 전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과 만나기 한 달 전쯤 2020년 4월 당시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사표를 제출하며 김 대법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부장판사는 그해 12월에도 김인겸 당시 차장을 통해 “정기 인사 때 나가고 싶다”며 사의를 밝혔지만 김 대법원장은 김 당시 차장을 통해 “정기 인사가 아니라 내년 2월 28일 (법관) 임기 만료로 나가라”고 했다고 한다. 임 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은 2021년 2월 4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고 임 전 부장판사는 그달 28일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이후 작년 10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직해 국회 탄핵소추에 따른 심판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에선 “김인겸 법원장에 대한 검찰의 참고인 조사 시도는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를 염두에 둔 것”이란 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작년 6월 서울중앙지검은 김 전 차장과 임 전 부장판사를 서면조사만 하고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 인사로 교체된 새 수사팀은 지난 8월 임 전 부장판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며 수사를 재개했다. 김인겸 법원장에 대한 소환 통보도 그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법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작년 6월 서면 조사에서 제가 기억하는 범위 안에서 충실하게 답변했다”며 “만약 추가로 확인할 부분이 있으면 서면 조사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검찰이 계속 출석하라고 하고 있다. 현 상황에선 검찰에 추가로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참고인 조사의 경우, 검찰 소환에 반드시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