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3일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달라”며 대검찰청에 ‘마약 범죄 및 중요 민생침해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뉴스1

한 장관은 “마약 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마약 청정국의 확고한 지위를 신속하게 회복해야 한다”며 “마약 수사 역량을 조속히 복원하고, 국제공조 및 관세청·국정원·식품의약품안전처·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국내외 마약조직의 마약류 밀수입과 국내 유통을 차단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기관과 공조하여 마약사범의 치료·재활에도 힘쓸 것”을 지시했다.

한 장관이 검찰에 이런 지시를 한 것은 최근 보안성 높은 소셜미디어 메신저와 암호화폐 같은 마약 거래 수단 다양화, 신종 저가 마약 등장, 국제 마약 조직의 대규모 밀반입 등으로 인해 국내 마약 유통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마약 사범은 8575명으로 전년 동기(7562명) 대비 13.4%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마약류 공급사범(밀수‧밀매‧밀조 등)은 2437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8% 증가했다. 2021년 압수한 마약류 시가는 1조8400억원 상당으로 2017년의 8배 이상이다.

법무부는 또 펜타닐 등 의료용 마약 불법 유통 및 오남용 확산, 합성대마 등 저가 신종 마약 등장,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청소년들도 마약류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마약사범은 2011년 105명에서 2021년 494명으로 다섯 배 늘었고, 올해 상반기 마약사범 중 20~30대의 비중은 56.8%에 달했다. 마약류 과다 투약으로 인한 사망하거나, 투약 후 환각 상태에서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고 경찰에게 부상을 입히는 등 2차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마약청정국은 인구 10만명당 연간 마약사범 20명(5000만명 기준 1만명) 이하인 국가다. 한국은 현재 연간 마약사범이 1만명을 초과해 이미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상태다. 또 국내 마약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제 마약조직이 우리나라를 주요 시장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조직은 국내로 대규모 마약 밀반입을 시도하고, 국제 유통의 경유지로 한국을 악용하고 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그렇다면 국내 마약 범죄가 늘어난 이유는 뭘까. 법무부는 검찰 조직과 제도 변화에 따른 마약 범죄 수사력 축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7년 이후 마약 범죄를 담당하던 대검과 일선 검찰청 강력부가 통폐합되고,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마약류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가 제한되면서 마약 범죄가 늘었다는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과거 검찰이 직접 마약 범죄를 수사할 당시 전체 마약 범죄 단속 중 20∼30%를 검찰이 담당했다. 마약 억제·예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약류 압수량의 40~60%도 검찰 몫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이 개정 시행되면서 주요 마약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해졌다. 한 장관은 최근 마약 범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마약 범죄 수사 역량을 다시 한번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대검에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한 장관은 이날 또 대검에 보이스피싱·전세사기·스토킹·성범죄 등 중요 민생침해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에 설치된 정부합동수사단 등 유관기관 협력체계를 통한 실효적인 단속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거나 범죄수익은닉 등이 발생한 사건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처벌을 강화하며, 피해자 보호 및 범죄수익의 철저한 환수에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