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의혹과 관련,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직권 남용 등 혐의로 22일 구속됐다. 지난 6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이 사건 관계자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증거 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며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뉴스1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했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자진 월북’ 판단을 내리자 그와 배치되는 감청 정보 등이 담긴 군사 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서 삭제하거나 사건 관련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감사원 감사 결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를 열었고, 이 회의 직후 서 전 장관은 퇴근한 실무자를 새벽에 사무실로 나오게 해 MIMS 등에서 군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 전 해경청장은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조작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의 은폐, 실험 결과 왜곡 등을 한 혐의 등을 받는다. 김 전 청장은 이씨가 입고 있던 구명조끼에 한자(漢字)가 적혀 있어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라는 등 ‘자진 월북’과 배치되는 내용을 보고받고도 “나는 안 본 거로 할게”라고 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검찰은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을 각각 지난 13일과 14일 불러 조사한 뒤 18일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었다.

21일 서 전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과정에서 이대준씨의 유족과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서 전 장관이 영장실질심사 후 법정 밖을 나서자 갑자기 달려들어 “야 이 XX야 거기 서 봐” “야 서욱 XXX야, 이 배신자”라고 외쳤다. 법정 경위들이 이씨를 막아선 사이 서 전 장관은 승합차량에 탑승해 자리를 떴다.

이대준씨의 딸(9)은 이날 영장 전담 재판부에 서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딸은 편지에서 “저희 아빠는 출동을 마치고 집에 오면 항상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가고, 저를 데리고 공원에서 놀아주시는 자상한 아빠”라며 “잠잘 때는 팔베개도 해주시고 제가 잠들기 전까지 자장가도 불러주셨는데 이제는 이런 아빠를 만날 수 없어서 슬프다. 제게서 아빠를 빼앗아 가고 나쁜 사람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벌을 주세요”라고 했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윗선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조만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