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1살 낮추는 형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현행 형법 제9조는 ‘14세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며 이른바 촉법소년이라 불리는 형사미성년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만 13세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면 소년원 송치 처분 등을 받는데 그쳤지만, 이제 형사 처벌까지 받게되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한 장관은 “흉포화된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추진한다”며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중 13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로 상당하고, 13세를 기준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나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소년인구는 감소 추세에 있지만, 외려 촉법소년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작년 만 10~14세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 접수 건수는 총 1만2502건으로, 2017년(7897건)에 비해 4605건이 늘었다.
촉법소년에 의한 살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도 2015년 312건, 2016년 391건, 2017년 383건, 2018년 413건, 2019년 358건, 2020년 377건 등 매년 400건 안팎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작년 8월에는 A(13)씨가 모친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는 이유로 모친을 흉기를 이용해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초에는 B(12)씨 등 2명이 9세 여아에게 유사 성행위와 구강성교를 강요한 후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협박·폭행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두 사건 모두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13세’로 하향하는 근거에 대해 “형법이 제정된 1953년에 비해 현재 소년은 신체적으로 성숙했고, 사회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미성년자 연령이 약 70년간 그대로 유지됐다”며 “전체 촉법소년 보호처분 중 13세의 비율이 70%로 상당하다”고 했다.
‘미성년자 전과자가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도 대부분 소년범은 기존과 같이 소년부 송치될 것”이라며 “계획적 살인범 또는 반복적 흉악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형사처벌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추진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국제인권기준에 반한다”며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책임 연령 하한선을 14살로 유지토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국제인권기준은 국내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문화적 특성과 사회적 환경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국가마다 다양하다”고 반박했다. 프랑스(만 13세 미만), 캐나다(만 12세 미만), 영국(만 10세 미만), 호주(만 10세 미만), 미국 뉴욕(만 13세 미만) 등이 현재 한국보다 형사미성년자 연령이 낮다.
◇소년범 처우도 ‘적극 개선’
법무부는 이날 2024년까지 소년원 생활실 모두 4인 이하 규모의 소형 개별실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현행 보호소년법은 소년원 생활실 수용정원을 4명 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소년원 시설 부족으로 대부분 소년범이 10~15명씩 대형 혼거실에서 지내고 있다.
법무부는 현재 소년원생 한끼 급식비(2185원)도 서울 중학교 평균 급식비(4051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일한 소년구금시설인 김천소년교도소가 1981년 준공돼 노후화된 만큼 이를 리모델링하고 수도권에 교화에 특화된 교육 환경을 갖춘 소년전담교정시설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부와 협력을 강화해 소년 수형자가 검정고시 과정을 희망적 수강에서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했으며, 대학진학 준비반과 방송통신대학교반도 신설한다. 또한 소년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도 강화된다. 법원이 소년보호사건 심리 기일·장소 등을 피해자에게 통지하는 제도를 신설해 피해자의 법정진술권을 보장하고, 법원의 보호처분 결정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 검사도 항고 할 수 있도록 했다.
소셜미디어나 전화 등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접근금지 조치의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이밖에도 법무부는 조건부 소년부송치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현행 소년법은 소년보호사건과 소년형사사건의 절차가 이원화돼 있어 중간적 영역에 놓인 소년에 처분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호처분 준수를 조건으로 소년부송치가 가능한 ‘중간적 처분’을 신설해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고 보호처분 준수를 위한 동기를 부여해 재범 방지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