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내년부터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전국 20개 지방법원으로 확대 실시하면서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추천 대상에서 원천 배제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어 7일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장 추천제는 지방법원 판사들이 투표로 2~4명의 법원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그중 한 명을 임명하는 제도로 ‘인사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과거엔 고법부장도 법원장으로 임명한 사례가 있었지만 새로운 규정은 이를 원천 봉쇄하는 내용이다. 판사 경력 20년 이상인 고법부장은 2심 재판을 담당하면서 사법부의 판결 경향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 대한 비판적 기류도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라고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은 지난 10월 31일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운영 등에 관한 예규’를 신설했는데 법원장 후보 자격을 ‘법조 경력 22년 이상, 법관 재직 10년 이상인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제한했다.
이전에 법원은 재판을 잘하는 판사를 고법부장으로 승진시키고 법원장으로 발탁하는 인사 제도를 운용했다. 그런데 김 대법원장이 고법부장 승진 제도를 폐지하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했다. 고법부장도 법원장 후보 추천을 받으면 지방법원장이 될 수는 있었지만 김 대법원장은 이번에 새로운 예규를 만들어 그 길도 막은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눈엣가시’ 같은 고참 법관들을 고사(枯死)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존 고법부장 95명은 지금도 직급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법원행정처가 고법부장 전원에게 ‘명예퇴직 수당을 주겠다’는 메일을 보내 반발을 자초했다. 한 고법부장 판사는 “대놓고 ‘나가라’고 하는 것”이라면서 “고법부장들을 내보낸 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같은 진보 성향 판사들에게 2심을 맡기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새로 만든 예규는 법관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아 ‘인사권 남용’ 비판이 나온다. 법원행정처가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예규로 법원장 인사 규정을 정한 것도 논란이다.
대법원은 “지방법원 소속 판사는 지법에만 근무하고, 고등법원 소속 판사는 고법에만 근무하는 ‘법관 인사 이원화’제도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과 가까운 송경근 서울중앙지법 민사1 수석부장은 중앙지법뿐 아니라 청주지법 법원장에 ‘겹치기 입후보’까지 했다”며 “고법부장은 법원장 후보조차 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