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의 핵심인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KH그룹과도 얽힐 뻔한 것으로 2일 전해졌다. KH그룹은 ‘무자본 인수·합병’으로 기업을 확장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직할 당시 경기도와 대북 교류사업을 추진하던 쌍방울의 외화 밀반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H그룹은 2019년 12월부터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과 부지를 소유했는데, 김씨는 “하얏트 호텔 부지에 타운하우스 건설·분양 사업을 하려다가 무산됐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만배씨가 타운하우스를 지으려 한 부지는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 남서쪽에 ‘주거 지역’으로 용도 지정된 8개 필지(8757㎡)다. 이 땅은 호텔 전체 부지의 10% 규모로 그동안 주차장으로 사용됐다. 뒤쪽에 남산이 자리 잡고 있고, 앞으로는 한강을 굽어볼 수 있어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최고 수준의 고급 주택 부지”로 불렸다.
김씨는 이 사업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2020년 성남 분당구 운중동에 있는 타운하우스 한 채를 구입한 뒤 내부 인테리어, 정원 조경공사 등을 통해 ‘모델하우스’로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 77억8000만원은 천화동인 1호에서 인출했다고 한다. 대장동 사업 관계자는 “김씨가 2021년 초까지도 ‘하얏트 호텔에 타운하우스 사업을 하겠다’며 ‘운중동 모델하우스를 갤러리처럼 꾸며놨다’고 자랑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2021년 대장동 의혹이 터지면서 타운하우스 사업 계획을 접었다고 한다.
김씨의 ‘운중동 모델하우스’는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그 녹취록엔 김씨가 “그분(현직 대법관) 따님이 살아”라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논란이 됐었는데 김씨는 검찰에 “그 집에 아무도 거주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운중동 모델하우스’의 인테리어 업자 A씨는 김씨의 과거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가 증거 인멸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김만배씨의 범죄 수익 275억원을 은닉한 혐의로 이한성 화천대유 대표와 최우향 이사를 이날 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은 2021년 11월~작년 11월 화천대유 계좌 등에서 245억원을 고액권 수표로 인출한 뒤 소액 수표 수백장으로 다시 발급해 대여금고 등에 숨겨둔 혐의 등을 받는다. 최 이사에게는 2021년 10월 화천대유 계좌에서 김씨 계좌를 거쳐 자신의 계좌로 송금된 30억원을 숨긴 혐의도 적용됐다.
KH그룹 측은 3일 본지에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또 “이사회가 하얏트 호텔 주차장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시점은 2021년 4월이고, 김만배씨가 아닌 다른 회사에 실제 매각한 건 2021년 11월”이라며 “김씨와는 전혀 교류가 없었으며 주차장 부지 매각이 결정되기도 전에 ‘운중동 모델하우스’를 꾸렸다는 김씨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