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조국은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도 객관적인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그 잘못에 대해서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피고인 조국에게는 그 죄책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지난 3일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이 같은 양형 이유를 밝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 1심 선고 판결문에 이런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375쪽 분량의 판결문 가운데 조 전 장관에 대한 양형 이유를 두 쪽 분량으로 적었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12월 말 자녀 입시 비리, 유재수 감찰 무마 등 13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13가지 혐의 중 8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입시 비리와 관련한 범행은 저명한 대학 교수로서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피고인에게 요구되는 사회의 기대와 책무를 모두 저버린 채 입시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떤 편법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또 “입시 제도 공정성과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은 물론 피고인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인해 극심한 사회적 분열과 소모적 대립이 지속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죄책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시절 저지른 비위 관련 감찰을 중단 시킨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 조국은 대통령비서실의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민정수석의 지위에서 특별감찰반을 통해 고위공직자 등의 비리를 예방하고, 비리가 발견되면 이를 엄정히 감찰하여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책무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 조국은 이 사건 감찰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정치권의 부당한 청탁과 압력을 막아달라는 특별감찰반의 요청에 눈감고 오히려 그 청탁에 따라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이 사건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이로 인해 비리가 드러났던 감찰 대상자(유 전 부시장)는 별다른 불이익 없이 국회 수석전문위원(민주당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으로 영전하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가 발생했다”며 “이는 사정 권한을 부여 받은 피고인 조국 스스로가 공정의 잣대를 임의로 옮겨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와 사정 기관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도 무겁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11월~2018년 11월 민정수석 시절 노환중 당시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딸 장학금 명목으로 총 600만원을 받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조 전 장관 딸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 조국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고 국정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민정수석의 지위에서 그 어느 공직자보다도 공정성과 청렴성에 있어 모범을 보였어야 할 책무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자녀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적지 않은 금원을 반복적으로 수수해 스스로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 받을 행위를 하였던 점에서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에 대해선 이 같이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1차례 처벌받은 외에 다른 범행 전력이 없고, 자녀들 입시 비리는 피고인 정경심(조 전 장관 아내)이 주도한 범행에 배우자로서 일부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