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동남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하고, 작년 10월 핼러윈 참사 당시 ‘국민이 죽어간다’ ‘퇴진이 추모다’ 등 북한으로부터 반정부 시위 지령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에 대해 전날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방첩 당국이 이들의 혐의를 포착해 지난 1월 전국 10여곳에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벌인 지 두 달여 만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노총 조직국장 A씨는 2017년 캄보디아 프놈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 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을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전(前) 부위원장 B씨는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C씨와 금속노조 출신으로 알려진 제주평화쉼터 대표 D씨는 2017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각각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북한 리광진 등 공작원을 만났다고 한다.
A씨 등은 외국 이메일 계정이나 클라우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하는 ‘사이버 드보크’ 등을 통해 북측과 수년간 연락했다고 한다. 방첩 당국은 A씨 등을 추적하며 확보한 증거 자료를 비롯해 지난 1월 18일 압수 수색으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해 왔다. 방첩 당국 분석 결과, 민노총 전·현직 간부와 북한이 주고 받은 대북 보고문과 대남 지령문이 상당량 나왔다고 한다.
북한은 작년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국민이 죽어간다’ ‘퇴진이 추모다’ ‘이게 나라냐’ 등 반정부 시위 구호를 직접 적어 A씨 등에게 지령을 내렸다. 북한은 작년 11월 15일 A씨에게 보낸 지령문에선 “윤석열 퇴진 함성이 서울 시내를 뒤흔들어 놓은 것” “2014년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낸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투쟁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11월 12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 집회가 열린지 사흘 뒤 지령이었다. 민노총은 11월 12일 당시 서울 숭례문에서 전국 노동자 대회를 열었고, 이후 촛불 집회에 합류했다.
북한은 A씨 등에게 작년 2월엔 ‘반미 투쟁 공세’ 지령도 내렸다. “한미일 군사 동맹(협력) 해체 등의 구호를 들고 반미 투쟁을 공세적으로 벌일 것” “주한미군 철수 투쟁 구호로 전 지역적 범위에서 넓혀 나갈 것” 등이다. A씨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총회장님’이라고 칭했고 북한 측에 민노총 상황, 국내 정치·정세 등을 상세히 보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편,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자주통일 민중전위’ 조직원 4명은 최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들과 함께 자통 활동을 하면서 작년 4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등을 주도한 민노총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부회장과 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에 대한 방첩 당국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