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남부지검에서 ‘루나·테라 폭락 사태’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퇴직한 뒤 이 사건 핵심 인물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를 변호하는 로펌에 취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 정보가 신 전 대표 쪽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법조인 직업윤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소속되어 있는 서울남부지검. 2023.5.9 /연합뉴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모(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 검사로 재직하다가 올해 2월 말 퇴직한 뒤 이달 초 중소 규모의 A 법무 법인에 들어갔다. 이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근무했고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소속으로 ‘루나·테라 사건’을 수사했다. 검찰은 수사를 진행한 뒤 지난달 25일 신현성 전 대표 등 테라폼랩스 관계자 8명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 거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신 전 대표는 ‘루나 폭락 사태’ 이후 해외로 도피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함께 루나·테라를 만든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변호사가 들어간 A 법무 법인은 신 전 대표 변호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A 법무 법인은 이 변호사 영입 당시 소셜미디어(SNS) 등에 그를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전담 수사하며 관련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이 문구는 삭제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법조계에서는 “불법을 교묘하게 피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변호사법에는 검사, 법관 등은 퇴직 전 1년 동안 근무한 국가기관의 사건을 퇴직 후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 변호사는 신 전 대표 변호를 맡은 로펌에 취업했지만, 그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것은 아니라서 이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매우 부적절한 사례지만 위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8일 서울남부지검 합수단 루나·테라 수사팀에 이 변호사와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공판 단계에서 신현성 전 대표 변호에 관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A 법무 법인에 입사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변호사가 눈에 보이지 않게 루나·테라 사건 변호에 전반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올해 초까지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변호하는 법무 법인에 들어갔다는 사실부터가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본지에 “루나·테라 사건 관련자들이 이미 기소돼 재판에서 모든 자료와 증거 등이 공개될 텐데, 수사 검사로서 재판에 관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