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빼돌려 중국에 ‘복제 공장’을 지으려고 한 전 삼성전자 상무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 박진성)는 12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그대로 본떠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고 한 전 삼성전자 상무 A(65)씨를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이같은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전 삼성전자 직원 3명과 전 삼성 계열사 직원 2명, 전 협력업체 직원 1등 모두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대만의 한 전자제품 생산·판매업체 회사로부터 8조원 규모 투자를 약정받아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의 고유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자 국가핵심기술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 반도체 제조가 이뤄지는 공간인 클린룸을 불순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최적의 제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환경 조건), 공정배치도(반도체 생산 핵심 8대 공정 배치, 면적 등 정보가 기재된 도면),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 등이 부정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8년 동안 일하며 반도체 분야 상무 등으로 근무한 A씨는 이 같은 이력을 바탕으로 중국·대만의 수조원대 자본을 투자받아 중국·싱가포르에 반도체 제조 회사를 설립했다.
A씨는 2020년 중국 청두시에서 약 4600억원의 자본을 투자 받아 반도체 제조회사 법인을 설립했다. 앞서 2015년에는 대만의 B회사로부터 약 8조원 규모의 투자 약정을 받아 싱가포르에서 C회사 법인를 설립한 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 200명 이상을 고액 연봉으로 영입했다.
이후 A씨는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삼성전자에서 빼돌린 내부 설계 자료 등을 이용해 삼성전자 공장을 그대로 본 뜬 ‘복제판 공장’을 건설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있다. 전 삼성전자 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 등 6명은 A씨의 이 지시에 따라 삼성전자에서 몰래 빼돌린 설계 자료 등을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다행히 대만의 전자제품 생산업체가 A씨에게 약정한 8조원 투자가 불발되면서 공장이 실제 건설되진 않았다.
그러나 A씨가 중국 청두시로부터 4600억원을 투자받아 만든 반도체 제조 공장이 지난해 연구개발(R&D)동을 완공해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소 3000억, 최대 수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반도체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이 침해된 것으로 추산했다.
A씨는 이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중국에 복제해 건설하려는 점에서 “개별적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과는 범행의 규모나 피해 정도 면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중국·대만 자본으로 반도체 공장이 중국에 그대로 복제돼 유사한 품질의 반도체 제품이 대량 생산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에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의 시스템·생산 환경 등 효율성 관련 영업비밀 및 국가핵심기술을 도용한 것으로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우리 경제안보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범행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손해를 야기하는 반도체 기술 등 영업비밀 및 국가핵심기술 침해행위에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