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남 창원 ‘자주통일 민중전위’(이하 자통) 사건 피고인들이 1심과 2심 법원의 ‘국민 참여 재판’ 배제 결정에 불복해 이의 제기한 사건이 이흥구 대법관에게 배당된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충북 청주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일명 청주간첩단) 피고인들의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한 이의 제기 사건도 올해 3월 이흥구 대법관에게 배당됐었는데, 당시 이 대법관은 이 판단을 장기간 끌어오다가 84일 만에 결론 낸 전력이 있다. 법조계에선 “이흥구 대법관이 이번 자통 사건에 대한 판단을 얼마만에 결론낼 지 주목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월 구속 기소된 자통 조직원 4명은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국민 참여 재판을 신청했다. 2008년부터 시행된 국민 참여 재판은 만 20세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제도다. 평결 결과는 법관에게 권고적 효력은 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 국민을 불러 방대한 양의 사건 기록 등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재판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1심 재판부는 국민 참여 재판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자통 조직원들은 지난 5월 서울고법에 즉시항고 했지만 서울고법도 지난 6월 이를 기각했다. 또 불복한 자통 조직원들은 지난 14일 대법원에 재항고 했고, 이 재항고 사건이 지난 17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에 배당됐다는 것이다. 이러는 동안 본 재판은 정식 재판이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한 채 2개월 넘게 멈춰있는 상태다.
앞서 이흥구 대법관은 청주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올라온 재항고 사건을 ‘시간끌기’ 했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1년 10개월째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청주간첩단 피고인 중 3명은 작년 1월 청주지법 1심 재판부를 바꿔 달라는 ‘기피(忌避) 신청’을 처음 냈다. 이 신청은 1심(심리 기간 17일), 2심(21일)을 거쳐 작년 3월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가 재항고 사건 심리 9일 만에 최종 기각했다. 총 47일이 걸렸다.
그런데 작년 3월 법관 인사로 청주지법 1심 재판부 소속 판사들이 바뀌자, 청주간첩단 피고인들은 그해 9월 두번째 기피 신청을 냈다. 이 신청은 1심(60일), 2심(19일)에서 모두 기각됐고 대법원에 재항고 됐는데, 이를 배당받은 이흥구 대법관은 결론을 미루다가 84일 만에 결국 기각했다. 당시 기다리다 지친 검찰이 사건을 서둘러 처리해 달라는 ‘신속 결정 요청’ 의견서를 대법원에 보내는 일도 있었다.
한 법조인은 “이번 자통 재항고 사건의 경우에는 이 대법관이 이전처럼 오랫동안 판단을 내리지 않고 갖고만 있을지, 그와 반대로 금방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흥구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인 1985년 서울대 이념 단체였던 ‘민주화 추진위원회’ 소속으로 서울 구로공단 노동조합 파업을 지원하며 머리띠, 각목 등을 준비한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1987년 특별 사면됐다. 이후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 1993년 판사로 임용됐다. 대구고법과 부산고법의 부장판사를 거쳐 2020년 대법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