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5일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물어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핼러윈 참사에 대해 “매뉴얼·교육 부재 등 총체적 결과”라며 당시 “긴급구조 현장의 혼란은 이상민 장관이 최선의 노력을 안한 결과가 아니다”고 했다. 직무 정지 상태였던 이 장관은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167일만에 직무에 복귀했다.
헌재는 이 장관이 핼러윈 참사 전후 재난 예방조치나 사후 재난 대응 조치 여부, 장관으로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품위유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지 여부 등 이 사건 주요 쟁점에서 모두 중대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핼러윈 참사 관련 이상민 장관 발언도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고 봤다.
헌재는 이 장관의 재난안전법 위반 여부에 대해 “당시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며 “재난안전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의 혼잡 경비 실무 매뉴얼 등도 당시 행안부에 보고되지 않았고,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인파 밀집 자체가 우려됐다고 보기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한 “당시 용산경찰서 등이 참사 당일 신고 전화 등 위험 징후를 행정안전부나 이상민 장관에게 별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 장관이 참사 이후 곧바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나 중앙사고수습본부 등 재난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사후 재난 대응 조치 미흡 부분에 대해서도 헌재는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당시 긴급구조 마무리되지 않았고, 여전히 재난 현장의 피해상황 규모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다른 대응조치에 우선하여 중대본과 중수본을 설치 운영할 것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이 장관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장관의 성실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긴급구조 현장의 혼란은 이상민 장관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결과로 볼 수 없다”면서 “이 장관이 보고에 기초해 지시를 하고 협력 요청을 계속한 이상 재난대응 방식이 정부 정책 공적신뢰 현저히 해할 정도로 불성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나아가 국민 신체와 생명에 대한 보호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상민 장관이 아무런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적절하고 효율적인 보호조치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행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3명은 별개의견을 통해 이상민 장관의 사후대응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이 핼러윈 참사 발생한 작년 10월 29일 밤 전화 보고를 받으며 ‘필요조치를 즉시 시행하라’고 지시하고도 이후 18분 간 아무 대응이 없었고, 수행비서를 기다리다 이튿날 오전 0시 42분 대통령 주재 긴급상황 점검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한 점 등은 성실의무 위반했다고 봤다. 이들은 “이 장관이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지휘소 도착까지 85분∼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최소한의 원론적 지휘에 허비했다”며 “행정안전부는 물론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했다”고 했다.
또한 이들 3명의 재판관과 정정미 재판관 등 4명은 이 장관의 사후 발언 중 일부는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견을 냈다. 이 장관은 작년 12월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한 당시 뒤늦게 현장에 도착해다는 지적을 받자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었다”고 답변해 논란이 일었다. 재판관 4명은 이 장관의 이런 발언 등은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들 재판관 4명은 이 장관에게 이러한 잘못이 인정되더라도 탄핵할 정도로 중대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3당은 작년 10월 일어난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장관(국무위원) 탄핵을 소추했다. 이에 탄핵심판을 맡은 헌재는 두 차례 변론기일을 열었고,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 167일 만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 결정(63일)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91일)에 소요된 기간보다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