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5일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물어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일부 재판관들은 핼러윈 참사에 대한 이 장관의 대응 및 발언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거나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별개 의견을 냈지만, 해당 행위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재판관 9명 모두 이 장관의 파면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유남석 소장과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 등 5인은 이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 사후 재난대응, 사후 발언 모두에 대해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볼 수 없고 탄핵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법정의견(다수의견)을 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이 장관의 사후 재난대응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이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0월 29일 밤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의 전화 보고를 받을 당시 ‘필요조치를 즉시 시행하라’는 지시를 내리고도 이후 18분 동안 아무 대응을 하지 않은 점, 수행비서를 기다리다 이튿날 오전 0시 42분 열린 대통령 주재 긴급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점 등은 이 장관에게 부여된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세 재판관은 “이 장관의 사후대응은 총괄 조정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긴급상황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 조정 책임자에게 기대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다만 세 재판관은 이 장관의 대응이 헌법상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는지나 재난안전법상 개별·구체적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위반하지 않았다”는 법정 의견과 같은 의견을 내놨다.
세 재판관은 이 장관이 참사 뒤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도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이 기초적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나 소방공무원의 의무를 회피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 재판관은 이 장관을 파면할 정도의 사유는 없다고 봤다. 세 재판관은 “이 장관의 사후 대응과 일부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기는 하나, 그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의 정도가 중대해 국민의 신임을 박탈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 장관의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정정미 재판관도 이 장관의 ‘골든타임’ 관련 발언 등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정조사 1차 기관보고에서 윤건영 의원이 ‘이 장관이 수행비서를 기다리다 80분을 낭비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이 시간은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고 답변했었다.
정 재판관은 “공직자가 하는 말의 무게는 그가 가진 권한의 크기에 비례한다”면서 “이 장관의 발언은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 연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었다”고 했다. 다만 정 재판관 역시 “법 위반 행위가 중대해 이 장관의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각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