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시세가 해외 거래소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악용해 1년간 13조원 상당의 가상자산 매각대금을 해외로 유출하고 3900억원대 이득을 본 일당이 기소됐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8월부터 관세청, 금융감독원과 함께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을 악용한 가상자산 투기세력을 집중단속한 결과, 총 49명을 기소하고 해외로 도주한 5명을 기소 중지(지명수배)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외화유출은 크게 4단계에 걸쳐 이뤄졌다. 먼저 이들은 2021∼2022년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산 코인을 국내 거래소로 보내고, 이를 국내 거래소에서 팔았다. 이 매각 대금을 국내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송금하고 이를 무역대금 명목으로 가장해 해외업체 계좌로 외화를 송금한 뒤 김치프리미엄에 따른 차익을 수익으로 취득하는 방식이다. 범행 기간 중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은 약 3∼5%(최고점 기준 20% 상회)였는데, 김치프리미엄이 높게 발생하는 시점을 골라 이런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외화 총 13조원을 유출했고, 최소 3900억원 상당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범행으로 국내에는 가상자산이 유입됐지만 외화 13조원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됐다”라며 “국내 실물경제와는 전혀 무관하게 투기세력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검찰은 범행 과정에서 금융사 직원들이 범행을 돕고 그 대가로 현금이나 명품 시계·가방 등을 받은 사실도 적발해 7명을 기소했다. A 은행 전 지점장은 2022년 5~6월 허위서류를 이용해 163억원 상당의 외화를 송금해 미신고 자본거래를 방조한 혐의(외국환거래법위반방조), 외환송금 업무와 관련해 25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수재) 등을 받고 있다. B 증권사 팀장은 이들과 공모해 허위서류를 이용해 5조 7845억원 상당의 외화를 송금해주고, 30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 1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 등 58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수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외국환거래 전반의 관리·감독상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시중은행과 선물사 등 2개 금융회사 법인도 기소했다. 행위자뿐 아니라 법인과 사용주에게 법 위반 행위를 방지할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 양벌(兩罰) 규정이 적용됐다. 이 은행은 해당 지점의 외환거래 실적이 2021상반기 1177만 달러에서 같은 해 하반기 4억900만 달러로 이례적으로 폭증했음에도 이를 점검하지 못했고, 선물사는 직원들이 파생상품 거래과정에서 7조 원 상당의 외화를 불법 송금했는데도 사전에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 수사를 통해 사전송금방식 통관수입대금 지급 관련 외환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유관기관과 협의하여 금융회사들의 외국환업무 수행에 관리·감독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