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 이른바 ‘병풍(兵風) 파문’을 일으킨 김대업(57)씨가 사기 혐의로 해외 도피 중 3년만에 필리핀에서 붙잡혔다. 검찰과 법무부는 김씨가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추방되는 대로 그의 신병을 인도받아 국내로 송환해 수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사진은 현지에서 체포된 김대업 씨 모습./경찰청 제공

국내 대선에서 ‘가짜 뉴스’가 선거 판도를 뒤흔든 대표적 사례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업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아내가 장남의 병역 면제를 위해 국군수도통합병원 부사관에게 돈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씨는 해당 부사관이 앞서 1999년 병역 비리 조사 때 진술했던 내용을 녹음해 둔 것이라며 녹음 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이 테이프는 김씨가 녹음했다는 시점보다 2년 뒤에 제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녹음 테이프가 조작된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두 달 뒤에 제16대 대선이 치러졌고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김대업은 2004년 2월 대법원에서 무고와 명예훼손, 공무원 자격 사칭 등으로 유죄가 확정됐지만 노 대통령 임기 중에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김대업이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비리 녹음 테이프가 있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은 대선을 5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이보다 두 달 전에 오마이뉴스는 김씨의 말을 인용해 ‘이회창 후보 측이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대선 직전에도 ‘한나라당이 제3자에게 돈을 주고 이회창 후보의 아내가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병역 관계자에게 돈을 줬다는 김대업 녹음 테이프가 조작됐다는 거짓 진술을 시켜려 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두 보도는 2005년 대법원에서 모두 “내용이 진실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판결을 확정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겠다는 현실적인 악의(惡意)가 존재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면서 “이 보도로 한나라당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고 그 영향이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음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방송사들도 김대업의 허위 주장을 집중 보도했다. KBS는 9시 뉴스 대선 보도의 71%를 김대업 관련 내용으로 내보냈다. MBC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대업씨의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가 2002년 8월 30일 2차 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하기 앞서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