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총 142쪽인데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가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51쪽 분량이다. ‘범죄 혐의 소명’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염려’ 등이 구속 사유로 제시됐다.
본지가 입수한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이번에 이 대표에게 적용된 제3자 뇌물, 배임, 위증 교사 등 혐의는 ‘최소 11년 이상 36년 6개월 이하 징역, 최대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서 “이 대표는 범죄가 심히 중대함에도 개전(改悛)의 정을 보이기는커녕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처벌을 피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에 대한 불구속 수사는 자칫 면죄부로 비춰져 어렵게 용기를 내 진실에 협조한 이들에게 허탈감과 사법 제도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고 비난과 보복의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또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사건과 관련해 “높이 50m의 거대 옹벽 불법 건축으로 대형 안전사고의 위험을 안은 채 살아가야 하는 아파트 입주민들은 관련자 엄벌을 촉구하는 집단 탄원서까지 제출했다”며 “브로커의 청탁을 받은 이 대표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 참여를 배제한 탓에 민간 업자에 대한 공적 감시와 견제가 전혀 불가능한 상태를 초래한 것에 기인하므로 마땅히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 혐의가 무거울 뿐만 아니라 증거인멸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검찰은 쌍방울이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하는 과정에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최소 17차례 ‘보고’받았다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는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쌍방울과 인연은 내복 하나 사입은 것밖에 없다’고 관계 단절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 등 실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이 대표 측이 경기도 문건 5건을 불법 유출해 수사에 대응했고, 이 대표 측의 회유·압박에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법조인 출신임에도 사법 질서를 가볍게 여기는 이 대표의 태도에 비춰 향후 ‘검사 사칭’ 관련 선거법 위반 재판 위증 교사 사건과 유사한 방법을 동원해 증거인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이 대표가 측근들을 통해 이미 인적·물적 증거를 없앴고, 앞으로도 증거인멸 시도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은 검사 약 60명 등 수사 인력 수백 명을 동원해 2년 넘도록 주변을 300번 넘게 압수 수색하는 등 탈탈 털었다”고 적었다. 이는 이 대표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이 작년 6월 법인카드가 사용된 내역이 있는 백숙 전문점, 중식당, 초밥집, 쌀국숫집 등 식당 129곳을 압수 수색한 것을 포함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