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측근인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가 지난해 김씨와 관련된 경찰의 금융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통째로 입수했던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해당 영장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집행돼 김씨나 최씨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입수할 수 없는 상태였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최씨의 태블릿 PC를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지난해 4월 김씨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다운로드한 흔적을 확인했다. 최씨가 확보한 영장은 경기남부경찰청이 2021년 A은행을 상대로 집행한 것이다. 당시 경기남부청은 김씨의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김만배씨(왼쪽)가 2021년 10월 구속 영장 기각으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할 당시 최우향 전 쌍방울 그룹 부회장이 마중을 나간 모습. /뉴스1

최씨는 A4용지 10쪽 분량의 영장 사본 외에도 담당 경찰관의 공무원증과 연락처, 경찰의 압수수색 집행 공문, A은행의 회신 공문까지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당 경찰관의 공무원증 등은 압수수색 대상인 A은행도 교부받지 못하는 서류다. 압수수색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김씨나 최씨가 이를 확보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한 법조인은 “누군가가 경찰이나 검찰, 법원 등을 통해 영장 관련 문서를 통째로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씨는 해당 영장을 확보한 직후 김씨의 또다른 측근인 이한성 화천대유 대표와 6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씨가 수사 정보를 확보해 전달해주면 화천대유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씨가 대응 방안을 알려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영장을 입수한 당사자인 최씨가 쌍방울 부회장을 지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과거 쌍방울 관계자가 검찰 수사관을 통해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통째로 빼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쌍방울 임원 B씨는 지난해 5월 수원지검 수사관 C씨를 통해 쌍방울 그룹의 배임·횡령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의 수사기밀을 넘겨받았다. B씨는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C씨와도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C씨가 B씨에게 전달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에 대한 각종 정보 및 향후 수사 방향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으로 B씨와 C씨는 2심 법원에서 각각 징역 1년 8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최씨는 김씨 등과 공모해 대장동 범죄 수익 360억원을 은닉한 혐의로 기소돼 있다. 최씨는 2021년 10월 김씨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오토바이를 타고 헬멧을 쓴 채로 서울구치소 앞에 나타나 구치소를 나서는 김씨를 호위하며 미리 준비한 차량에 태워 보내 ‘헬멧 맨’으로 불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