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9.22/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여부는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가 결정하게 됐다. 중앙지법에서 영장 전담 판사 3명이 돌아가면서 구속영장 업무를 처리하는데, 유 부장판사는 검찰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 18일 구속영장 담당이어서 이 대표의 실질 심사도 맡게 됐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 발부 기준은 범죄의 중대성, 증거 인멸 염려, 도망 염려 등 세 가지이다. 유 부장판사는 이 가운데 ‘증거 인멸 우려’를 중시해 온 것으로 보인다.

유창훈 판사

유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이후 구속영장을 발부한 주요 사건 13건 중 11건에서 ‘증거 인멸 염려’를 구속 사유로 제시했다.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사건’과 관련해 배임 혐의를 받는 정바울(민간 시행사 대표)씨에 대해 지난 6월 초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유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백현동 특혜 사건과 관련해 정씨에게 1350억여 원의 특혜를 주고 성남도개공에 2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는 이 대표 영장 범죄 사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유 부장판사는 또 ‘민주당 돈 봉투 살포 사건’으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강래구(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씨와 박용수(송 전 대표 보좌관 출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도 “증거 인멸 염려”를 이유로 들었다.

유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도 “증거 인멸의 염려가 없다”는 이유를 자주 들었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김용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 이모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에 대해 “이씨가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제시하는 등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민주당 돈 봉투 살포 사건’에 연루된 이성만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유 부장판사가 ‘도망 염려’를 구속 여부의 기준으로 삼은 경우도 여러 건 있었다. 영장을 발부한 13건 중 2건은 ‘도망 염려’만으로 피의자를 구속했다. 반면, 민중당에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한 혐의를 받은 건설노조 간부,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세청 간부에 대해선 “증거 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간혹 검찰이 범죄 혐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는 것이 구속영장 기각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대장동 사건에서 ‘50억 클럽’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을 기각한 경우다. 당시 유 부장판사는 “박 전 특검이 실제로 금품을 수수했는지 등에 관해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검찰 수사가 미흡하다는 의미였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한 달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다른 영장전담판사는 이를 발부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은 진교훈(앉아 있는 남성) 후보가 민주당 소속 강서구 국회의원 3명과 2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입원 중인 이재명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진성준, 한정애, 강선우 의원. /민주당

이와 같은 전례를 볼 때 유 부장판사가 이재명 대표 사건을 판단할 때도 일단 ‘증거 인멸 염려’ ‘도망 염려’라는 기준에서 출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제1야당 대표가 ‘도망’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결국 ‘증거 인멸’을 놓고 판단할 텐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고 했다.

검찰도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증거 인멸 염려’를 강조했다. 한동훈 법무장관도 지난 21일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을 설명하며 “비상식적 증거 인멸과 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이 대표의 영장에는 과거 자신의 재판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도 포함돼 있는데 검찰은 이를 증거 인멸 우려의 근거로 들고 있다.

한편, 법원 안팎에서는 유 부장판사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고교, 대학(서울대 법대) 후배라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의 대법관 재임 기간과 유 부장판사의 대법 재판연구관 근무 기간이 5~6개월 겹치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두 사람의 나이가 14년 차이가 나고 친분도 두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